매일신문

[사설] 老人학대, 사회적 이슈화할 때

학대받는 노인들 10명 중 9명이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한다. 보건복지가족부가 9일 발표한 '2007 노인학대 실태 분석결과'에 따르면 가해자는 아들(53.1%) 며느리(12.4%) 딸(11.9%) 배우자(7.6%) 등으로 나타났다. 폭언, 홀대 등 정서적 학대가 가장 많고, 식사 등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방임, 신체적 폭력의 순이다. 배가 고파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인, 수도'전기'가스가 끊긴 집에서 홀로 앓고 있는 노인 등 가족 학대로 고통받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노인 공경의 미덕을 자랑하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지난해 국내 1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4천730건으로 전년보다 18.4% 늘었다. 학대사례로 확인된 건수는 2천312건으로 1.7% 늘었다. 그러나 자식의 체면 등을 생각해 참고 견디는 노인 학대의 특성상 신고율은 통상 10~14%에 그친다. 드러나지 않은 학대 행위까지 포함하면 적어도 2만 건은 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추정이다.

노인학대는 '부모를 누가 모시느냐' 하는 문제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한 가족불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14.3%에 이르는 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작금의 노인 학대 세태는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지지망의 부족, 가족의 부양부담 과중, 노인 공경 의식의 약화 등에서 기인한다.

오는 15일은 INPEA(세계 노인학대 방지망)이 주도하고 UN이 후원하는 '세계 노인 학대 인식의 날'이다. 이젠 노인 학대도 가족 내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속으로 곪아가는 노인 학대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내세워 대책을 강구할 때다. 부모 학대는 언젠가 자식세대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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