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대통령, 백지상태서 '새출발'…내각도 일괄사의 표명

청와대에 이어 10일 내각까지 일괄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실상 '백지 수표'가 쥐어졌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전원은 국가 운영의 핵심축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대폭 교체는 이 대통령에게는 새출발과 다름없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의 용퇴는 9일 박영준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의 사표 제출로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지목한 '국정실패를 부른 4인방'에 류 실장과 박 비서관이 들어가 있어, 그의 사의 표명 소식이 알려지자 류 실장이 박 비서관과 함께 '인당수'에 뛰어 들기로 결심했다는 관측이 청와대 주변에 나돌고 있다.

하지만 한 총리는 잔류될 것으로 점쳐진다. 대통령실장과 총리 모두를 바꾸는 것은 너무 큰 국정공백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총리와 대통령실장 가운데 1명만 바꿔도 대폭적 인적쇄신이란 국민의 평가가 나올 것이므로 굳이 '무리한' 쇄신을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대통령은 인적쇄신 폭과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거론되는 교체대상자는 류 실장을 포함해 김중수 경제, 이종찬 민정, 박재완 정무, 김병국 외교안보수석 등 5명, 내각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4명 등이다.

관심은 과연 이 대통령이 이 같은 상식선의 관측을 그대로 수용하느냐 여부이다. 특히 대통령 최측근인 강 기획재정부장관의 경질은 이 대통령으로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각오를 해야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격적인 박 비서관의 사표 제출은 청와대 비서진 전면 정비의 신호탄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획조정과 국정상황 관리, 청와대 내부감찰 업무를 맡아 온 박 비서관의 비중이 컷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9일 오전까지만 해도 박 비서관의 사표 제출 움직임에 마뜩찮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박 비서관의 뜻이 굳고 국정 수습을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읍소(泣訴)에 이 대통령도 어쩔 수 없었던 듯하다.

현 정부내에서 박 비서관의 위상 때문에 그의 향후 진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권 때 안희정씨처럼 5년 내내 재야에 머물 가능성도 점치고 있지만 박 비서관은 '법적 문제'로 공직에서 일하지 못했던 안씨와 경우가 전혀 달라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다시 중용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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