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을 쫓는 아이들/아미르

양심은 때때로 악행의 자양이 된다

하산은 나(아미르)의 단짝친구이자 하인이었다. 우리는 한 살 터울이며 한 집에 살았다. 하산은 명백히 나의 친구였지만 나는 그를 친구로 인식하지는 않았다. 하산은 학교에 다니는 나를 위해 책가방을 챙기고, 신발을 닦고, 침대를 정리하고, 음식을 준비했다. 그는 내 모든 시중을 들었다. 어른이 된 후에 안 일이지만 하산과 나는 이복형제였다. 내 아버지 바바가 하산의 어머니를 건드려 낳은 자식이었다. 아버지는 공식적인 자식인 나(아미르)와 하인 대접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숨겨둔 자식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했다. 아버지는 종종 내가 질투를 느낄 만큼 하산을 아꼈다. 하산의 생일을 빼놓지 않고 챙겼고, 언청이 수술을 해주기도 했다.

하산은 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도 있었다. 내가 동네 불량배들과 마주쳐 위험에 빠졌을 때 하산은 온갖 두려움과 폭력을 무릅쓰고 나를 구해주었다. 그는 나를 위해서라면 "천번이라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은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던 겨울 어느 날 발생했다. 연날리기 대회의 영예는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연의 주인, 그리고 달려가서 마지막으로 떨어진 연을 줍는 당사자였다. 나는 하산의 격려에 힘입어 다른 모든 연줄을 끊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떨어진 연까지 줍는다면 나는 최고의 영예를 차지하게 돼 있었다.

"하산, 꼭 연을 잡아와!"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하산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달려갔다.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하산은 기어코 연을 줍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지난번 나를 괴롭히려다 실패한 동네 불량배들이 하산을 둘러싸고 협박했다. 불량배들은 "자신들에게 연을 주면 두들겨 패지 않고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하산은 "이 연은 내가 공정하게 달려가서 주웠고, 우리 도련님(나)에게 드릴 것이므로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산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죽도록 두들겨 맞고 성폭행까지 당하는 순간 나는 숨어서 지켜보다가 도망쳤다. 나는 마땅히 나서서 하산과 함께 불량배들과 맞서야 했지만 두려웠다. 하산은 나를 위해 모든 일을 했지만 나는 하산이 위험에 빠졌을 때 외면했다. 하산은 폭력과 두려움, 모멸감 속에서도 끝내 연을 지켰고, 그 연을 내게 주었다. 나는 하산의 고통과 모멸과 두려움을 바탕으로 연날리기 대회의 영예를 차지했다.

나는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래서 하산을 멀리하고, 무시했으며, 아버지에게 '하산을 쫓아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아버지 바바는 "하산은 우리 가족이다. 내쫓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죄의식에 휩싸인 나는 하산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래서 집에서 그를 쫓아내기 위해 음모를 꾸몄다. 하산의 침대 매트리스 아래 내 시계와 지폐를 숨겨놓고, '없어졌다'고 소동을 피웠다. 하산과 그의 아버지 알리는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얼굴로 내 아버지 바바 앞에서 잘못을 빌었다. 아버지 바바는 "하산, 네가 시계와 돈을 훔쳤느냐?"고 물었다. 하산은 "예"라고 답했다. 하산이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진실을 말했더라면 나는 아버지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산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지켜주었다.

하산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던졌고 나는 그를 배신했다. 이 죄책감은 내가 하산을 더욱 짓밟는(모욕, 험담, 도둑으로 몰기, 내쫓기 등) 원인으로 작용했다. 내 비겁한 행위를 숨기기 위해 나는 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역설적이게도 아미르는 정의로운 아이였기 때문에 비겁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괴로워했다. 그는 비겁한 행위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대신 숨기려 했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악행을 저질렀다.

아미르가 근본 악인이었다면 하산에 대한 잘못은 한번으로 끝났을 것이다. 근본 비겁한 사람은 자신의 비겁한 행위에 대해 스스로 상처입지 않았을 것이고, 상처 입지 않는다면 상처를 숨기기 위한 2차 악행을 저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미르는 분명 정의롭지 못했다. 몸과 영혼에 상처 입기 두려워 친구의 위험을 모른 척했다. 그는 용감하게 나서서 싸우는 대신 도망쳤고, 홀로 웅크린 채 아무로 모르는 상처를 핥으며 울었다.

자신의 비겁한 행동에 대해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 그리고 한번의 잘못을 숨기기 위해 더 많은 잘못을 저질러 악인으로 오해받는 사람들…. 그들은 악인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용감하지 못했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할 만큼 어른스럽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한번도 비겁하게 행동한 적이 없다"고 단언하는 사람은 매우 용감한 사람이거나 뼛속까지 비겁한 사람일 것이다. 자신의 비겁한 행위에 대해 이질감을 못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비겁한 사람이니까. 마찬가지로 지난날 잘못에 대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 그는 용서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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