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공을 던지던 투수가 변화구와 제구력을 무기로 한 기교파 투수로 변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빠른 공을 뿌릴 수 있는 어깨는 어느 정도 타고 난다지만 변화구가 손에 익고 제대로 제구할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투구 스타일을 바꾸는 데 성공한 투수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다.
10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한 한화 이글스의 정민철(36)은 삼성 선발 조진호(32)에게 숙제를 던져줬다. 조진호처럼 정민철 역시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시속 150km에 달하던 강속구를 잃어버렸고 2004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수모 속에 한물 간 투수 취급을 받았다. 1990년대를 대표한 오른손 투수가 그대로 사라지는 듯 했다.
하지만 변화구와 제구력,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지난해 12승5패,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해 노장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기교파 투수로 거듭난 정민철의 투구는 이날도 돋보였다. 빠른 공 구속은 시속 133~141㎞에 그쳤지만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가며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 역대 두번째로 개인 통산 160승 고지에 올랐다.
반면 이날 조진호는 빠른 공 구속이 시속 137~144㎞로 정민철보다 앞섰지만 2와 2/3이닝 만에 8피안타 5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기교파 투수들처럼 비교적 많은 변화구(투구 수 61개 중 25개)를 던졌으나 한화 타선은 이를 곧잘 받아쳤다. 삼성 타선이 정민철의 제구력에 농락당한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이날 1, 2회를 가볍게 처리할 때만 해도 호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진호는 3회초 수비 실책으로 맞은 1사 2루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태균(1타점 2루타), 이범호(1타점 3루타), 윤재국(1타점 2루타), 한상훈(1타점 중전 안타), 신경현(1타점 2루타)에게 5연속 안타를 맞는 바람에 순식간에 5점을 내줬다.
삼성은 두번째 투수 전병호마저 5회초 1사 2, 3루의 위기에서 연속 안타를 맞고 2실점하는 등 한화에 15안타를 두들겨 맞은 끝에 1대10으로 대패했다. 2회 1사 1, 3루와 3회 1사 2, 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8회 양준혁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 겨우 영패를 모면하는 데 그쳤다. 한화는 이날 승리로 삼성과 공동 4위가 됐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10일 야구 전적
한화 005 021 020-10
삼성 000 000 010-1
▷삼성 투수=조진호(2패) 전병호(3회) 김문수(6회) 권오원(8회) 차우찬(9회) ▷한화 투수=정민철(5승) 안영명(7회) 윤기호(9회) ▷홈런=김태균(6회 1점·한화)
우리 10-2 KIA
SK 4-3 LG
두산 5-2 롯데
■11일 선발투수
삼성 이상목-한화 류현진(대구)
두산 레이어-롯데 송승준(잠실)
우리 마일영-KIA 이범석(목동)
SK 송은범-LG 정찬헌(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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