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기념일인 10일 밤 대구 중앙로 일대에는 6천여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2·28기념공원 앞 차량무대에서부터 중앙네거리까지 400여m 구간이 촛불에 점령당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지켜보던 한 경찰관은 "2002년 월드컵 이후 이런 인파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야유에서부터 앞산터널 반대까지 다양한 내용의 자유발언이 쏟아졌다. 뿔난 민심의 성토장이기도 했고, 춤과 음악과 대화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이기도 했다.
◆가족 단위 참가자 많아
오후 6시 10분이 되자 대구백화점 앞 열린광장에는 50여명의 시민들이 앉아 있었다. 경북대 노래동아리의 열창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미국산 광우병 수입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망토처럼 걸친 학생도 있었다.
유모차에 세은이(2·여)를 태우고 태현이(4)의 손을 잡고 촛불을 든 주부 김명정(35·여·수성구 사월동)씨는 "죽을 각오를 하고 쇠고기를 먹으라는 말에 기가 차서 나왔다"며 "남편이 24t 화물트럭을 모는데 한달에 700만원이 기름값으로 나간다. 아이는 더 낳으라면서 허리띠는 더 졸라매란다. 모순투성이다"고 말했다.
6시 30분쯤 참가자는 100여명이 됐다. '전면재협상! 이명박정부 심판!'이라는 홍보전단지가 뿌려졌다. '소탐대실(소를 탐하다 대통령을 잃다)'이라는 기발한 문구도 보였다. 유모차들이 여럿 눈에 띄기 시작했다. 아이 손을 잡은 주부들, 커플티를 입은 연인, 넥타이부대, 아이를 어깨에 태운 아빠, 신부, 스님 등도 가세했다.
6시 50분쯤 대백 앞 200여명은 한일극장 앞 도로로 이동했다. '근조 우리농산물, 근조 국민건강, 근조 검역주권'을 든 상여차도 촛불물결에 합류했다. 시각장애인 김세돌(55·북구 산격동)씨는 "많은 시민들의 기(氣)가 느껴진다.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밝게 비출 수 있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집회가 아닌 축제가 되다
영남·대구·대구교대 학생 400여명도 가세했다. 일부는 김밥을 싸와 먹기도 했다. 박세태(24·영남대 경제)씨는 "시험기간인데도 가만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 제발 공부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들이 들고온 '이름은 명박, 개념은 외박, 관상은 쥐박, 경제는 쪽박, 언행은 경박'이라는 피켓에 사람들이 웃었다.
7시 30분 약 2천명이던 시민들이 8시쯤 6천명(주최 측 추산)까지 늘었다. 8시 20분 묵념이 끝나자 파도타기가 시작됐다. 10분 뒤 시민들이 일어나 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한일극장 앞까지 행진했다. 2㎞가 넘는 촛불의 걸음이 시작됐다. 9시쯤 봉산육거리에서 "한나라당 당사(수성구 범어동)로 가자"는 일부 주장에 150여명이 수성교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일대 교통이 30분가까이 마비됐다. 경적소리와 함께 욕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9시 30분 다시 한일극장 앞에 모인 시민들은 본격적으로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다. 2인조 힙합그룹의 창작곡, 대학 동아리밴드, 노래패 공연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어깨를 들썩였다. 배고픈 시민들은 빵을 사다가 나눠 먹었고 음료수를 돌려 마셨다.
한 여성은 자유발언 신청을 해놓고 섹시춤을 추다 주최 측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한 여고생은 "미친소 급식 싫어요. 0교시, 강제야간자율학습도 다 싫어요"라며 기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포즈를 취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오후 11시 30쯤 자진 해산했으며 일부는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남아 있다 흩어졌다. 집회는 평화롭게 끝났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장성혁 동영상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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