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질까?'(Out of Sight, Out of Mind?)
도청 이전에 따라 경북도의 정치·경제·행정시스템과 정책 방향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도청 이전이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겠지만 대구시와의 업무협조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까지 속도를 내던 대구경북 경제통합 작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박봉규 대구시 정무부시장은 "수도권이 비대해지는 상황에서 경북도청이 어디에 있든지 광역경제권으로 가야하는 정신은 살렸으면 좋겠다"며 "행정적으로는 딴 살림을 하더라도 경제분야까지 따로 가다가는 양쪽 모두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솥밥을 먹던 대구경북은 1981년 시와 도로 분리됐지만 '대구'라는 한 터전에서 두 집 살림을 차려왔다. 경북도의 아들딸들이 대구시민이었고, 시도가 함께 서울에서 신년교례회를 열 만큼 동질의식이 앞섰다. 각종 사업에서도 협조가 잘 된 편이었다.
2006년부터 타 시도에서 볼 수 없었던 경제통합 작업을 발빠르게 진행, 상당한 성과도 올렸다. 지식창조형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모바일테스트베드 공동 유치를 이뤄냈으며 앞으로도 교육국제화 특구, 첨단 의료 복합단지 등 대형 프로젝트의 성공 추진을 위해 두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경제통합 필요성과 의지는 대구경북 생존을 위한 대세이자 필수불가결한 선택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도청 이전이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크고 단위사업에서 변화가 많겠지만 경제통합의 큰 흐름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청 이전이 오히려 경제통합의 새로운 틀을 만들고 권역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기류도 있다. 김호진 경북도 도정기획조정 담당은 "지금까지 대구경북 경제통합에 대해 대구권 중심으로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제 도청이 옮겨가면 경제통합 작업의 권역을 넓히고 사업 융통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의 경제통합 작업이 소규모 단위사업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면 강원권이나 울산권, 또 대구시를 포함한 영남권과의 광역권 차원에서 경제통합의 새로운 틀을 만들고 접근구조도 바뀌는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경북 북부권 등 낙후지역에 대한 단위 프로젝트 발굴이 활발해질 것으로 시도 및 경제계는 전망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도청 이전에 맞춰 대구경북 경제통합에 대한 밑그림을 재조정할 필요성과 시도 정책담당자 및 전문가그룹간 잦은 교류와 소통의 장을 더 자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시도 전략산업기획단 관계자들은 "도청 이전으로 구미-대구-경산-영천-포항으로 이어지는 부문별 산업협력 및 융합벨트 구축이 위축돼서는 안 된다. 에너지부문이나 경북 북부권의 바이오 등에 대한 협력프로그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범일 대구시장은 "정부가 광역경제권 구상에 대해 어떤 의지를 갖고 추진하느냐가 대구경북 경제통합 속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이와는 별개로 시도 차원의 경제협력 및 통합은 후퇴할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도청이전과 연계시키는 것은 기우"라고 말했다.
한편 경제통합 작업 외에 대구시로서는 도청 이전에 따른 인구 유출과 지역 상권 위축, 현 부지와 건물 활용 등이 고민거리로 이야기되고 있지만 드러내놓고 공론화시키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연수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오랜 논의 끝에 도청 이전의 첫 단추를 꿰었지만 경북도로서도 국비 확보 등 앞으로 헤쳐나갈 길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이전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경북도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도청 자리 활용과 관련, 김 실장은 "시청사 이전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나 공공용도로 이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시민들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김재경·이춘수·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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