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운하·공기업 민영화 뒤로 밀린 배경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1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의 주요 정책추진을 후순위로 미루기로 결정하자 한 여권 관계자는 "촛불민심을 도외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도 "지금 상태에서 당초 계획한 대로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가 밝힌 지금 상태는 세계경제 등 국내외적인 경제상황이 외환위기 직전인 1998년 상황과 비슷하다는 경제위기 상황뿐만 아니라 당장은 쇠고기문제 등으로 이반된 민심을 다독거리는데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쇠고기 문제로 민심이 엉망인데 대운하 같은 대형 정책은 사실상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상황에 따라서는 대운하 포기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대운하 문제와 공기업 민영화 등의 민감한 핵심정책들을 쇠고기 민심과 떼어놓지 않을 경우 난국 돌파가 어렵다는 인식에 동의를 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9일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의 조찬자리에서 "국민이 싫어한다면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하겠다"며 대운하 추진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도 12일 "이 대통령이 '국민이 싫어하는 것을 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고 당내 대다수 의견도 (대운하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은 민심수습이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지적했다.

현정부의 핵심공약 중의 하나인 공기업 민영화 문제도 상당기간 추진 일정이 유예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혁신도시건설사업 재조정과 더불어 공기업 구조조정 방안은 이미 정부가 공언한 5월 말 시한을 넘겼다.

그러나 공기업 구조조정은 대운하 추진과 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이나 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각각 현재 공기업노조의 강력한 반발과 '재벌만 유리하게 해준다'는 비판에 맞서야 하는 부담이 있기도 하지만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포기할 수 없는 핵심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민심이 수습되고 혁신도시 보완대책이 마련된 다음에는 공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도시사업에 대해서도 "혁신도시에 임대산업단지를 구성하는 등의 입주 메리트가 있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