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를 자전거 도시로] (上)의지 없는 市

출퇴근·통학 등 '실생활 체인' 빠진 헛바퀴만…

▲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전거 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이채근기자
▲ 지난 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자전거 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이채근기자

대구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은 반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자전거족들은 쌩쌩 달리는 자동차를 이리저리 피해 곡예운전을 한다.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없고 기반 여건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요즘 자전거로 고유가 파고를 뛰어넘고 건강까지 챙기려는 이들이 많지만 대구의 여건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올 들어 자전거에 대한 각 도시들의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대구는 여전히 다급함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상)정책 의지 없는 대구시

◆전담 직원 생겨 고마워요(?)

"대구시에도 이번에 자전거 정책을 전담하는 직원이 한 명 정해졌습니다. 대구 수준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고마운 일이지요."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과 자전거 대행진 등의 사업에 앞장서고 있는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 정현수 사무처장은 "창원시가 부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창원시는 최근 직원 12명으로 건설교통국 산하에 자전거정책과를 신설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14개 노선에 걸쳐 94㎞의 자전거 도로를 이미 갖춰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대구시의 경우 이제 겨우 전담 직원 한 명이 생겼다. 그런데 도로과도 아니고 교통국도 아닌 환경정책과 소속이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가장 절실한 게 자전거 도로와 편의시설 등 인프라 구축인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윤종석 환경정책과장은 "도로 확충 등으로 일을 크게 벌리면 시간과 예산이 너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업무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알맹이 없는 활성화 대책

사정이 이러니 대구시가 지난 4일 발표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책이란 것도 완전 맹탕이다. 가장 두드러진 사업이 간접 지원이다. 하반기에 신천 둔치 자전거 상설교육장에서 대구자전거타기운동본부가 주부·초등학생 5천명을 대상으로 여는 자전거 강습회를 돕고, 맑고푸른대구21추진협의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전거 마일리지 운동을 지원하고, 교육청을 통해 올해 중학교 2개를 자전거타기 모범학교로 지정·운영하는 걸 돕는 식이다. 실생활과 관련없는 책상머리 행정의 전형이다.

인프라와 관련된 부분은 그야말로 생색내기다. 자전거타기 좋은 시범거리를 2~4곳 지정한다고 하는데 거리가 겨우 1~4㎞다. 장소는 통학이나 출퇴근, 주부들의 장보기 등과 아무 연관성이 없는 생태공원, 강변도로 등으로 계획하고 있다.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는 방안도 예산 때문에 대대적인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자전거를 잃어버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관리하는 인력의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중심 정책 고수

희망자전거제작소 백경록 사무국장은 "대구만큼 자동차 운전하기 좋은 도시도 드물다"고 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한계치 가까이 높인 도로율과 방사형·격자형으로 잘 짜인 도로 구조는 승용차 운행을 부추길 수밖에 없고 그만큼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을 외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백 국장은 "도심 혼잡 통행료 징수 등 강력한 승용차 이용 억제책이 필요하다"며 "지금도 4차순환도로 등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자전거타기 활성화에는 10분의 1만 들여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사무처장은 "도로에 불법 주정차한 자동차나 노점상, 적치물 등 자전거를 타는 데 불편한 요인들만 없애줘도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런 사정을 감안한 듯 이번 자전거타기 활성화 방안에 자전거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장애요인을 제거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지금껏 제대로 되지 않던 단속이 '자전거타기'를 위해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별로 없어 보인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구시가 경제활성화 등에 제대로 한 일이 없다면 실생활과 밀접한 자전거 정책이라도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시장이나 구청장이 다음 선거 같은 눈앞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정책의 획기적 변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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