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돈(27)씨는 집안이든 사무실이든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제자리에 깔끔하게 정돈돼 있지 않으면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조카가 자기 방에서 놀다가 정리된 물건을 조금이라도 흩트리면 히스테리에 가까운 짜증을 내기도 한다. 비단 최씨뿐 아니라 하루에 수십번 손을 씻으며 주변이 조금이라도 더러워지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특징은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반복적인 행동과 어떤 것에 대한 집착을 보인다는 것.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특정 생각이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일상생활이든 사회생활 혹은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하는 병적인 상태를'강박장애'라고 한다.
강박장애는 정신과 외래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흔한 정신장애에 속한다. 주로 사춘기에서 성인기 초기에 발병하지만 나이가 들어 발병할 수도 있다. 성별로는 남자가 여자보다 약간 일찍 발병한다.
▩왜 나타날까=유전적'행동적'신경생물학적'정신역동적 원인이 있으나 최근엔 유전적'생물학적 원인 설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는 약제가 실제로 강박증상을 가라앉히는 걸 보면 강박장애와 세로토닌의 조절문제가 중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되고 있다. 또 일부 강박장애와 틱장애 및 망상장애를 동반하는 환자에게 도파민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정신성 약물을 투여하면 증세가 호전되는 것으로 보아 도파민의 과다 또는 과소 분비와 관련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뇌의 신경해부학적인 이상이 강박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진단은=일단 어떤 일이나 사건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여 사회생활'개인활동에 지장을 가져올 때나 환자 자신이 강박행동에 대해 불합리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중단하지 못하고 괴로워할 경우 진단된다.
▩치료는=현재까지는 약물과 행동치료 또는 두가지 병행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자주 악화되는 환자나 약물에 저항을 보이는 환자는 정신역동적 요인을 이해함으로써 도움되기도 한다.
약물은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 억제제(SSRI)가 주로 사용되는데 보통 50~70%에서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투약을 중단하면 재발하기 쉽기 때문에 장기 투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행동치료로는 노출과 반응방지법이 있다. 환자가 두려워하는 상황이나 자극에 노출시킨 다음 환자로 하여금 강박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약물과 행동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는 정신치료나 집단치료가 도움 되기도 하며, 개인 증상에 따라 전기경련요법이나 정신외과 수술 등을 고려할 수도 있다. 최근엔 경두개자기자극술 혹은 심부뇌자극술 같은 방법이 임상에 도입되고 있다.
강박장애환자들의 치료과정을 보면 적극적인 치료를 전제해도 약 20~30%만이 현저한 호전증세를 보이고 약 40~50%는 부분적인 호전을, 나머지 20~40%는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강박장애환자들은 대개 정신과를 찾기까지 약 5~7년이 걸리기 때문에 만성화된 케이스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와 직장에 잘 적응하던 사람, 유발요인이 있거나 증상이 일과적인 경우는 치료효과가 좋지만 강박행동에 복종한 사람, 어린 나이에 발병한 경우, 괴상한 강박행동, 우울증과 망상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치료효과가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강박장애 증상이 나타나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조기 진단을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병의 악화를 막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도움말=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신과 이종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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