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의 공원]2.28기념중앙공원 /국채보상기념공원/경상감영공원

흔히 외국 여행을 가면 그 도시에서 반드시 들르는 곳이 도심의 유명한 파크(Park)이다. 각종 꽃이 가득하거나 나무가 빼곡하다든지, 비둘기들이 날아다니고, 정원이 잘 가꿔진 곳 등이다. 이처럼 어느 나라에서나 사람들이 공원을 찾는 것은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근들어 날씨가 더워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휴식을 위해서, 운동을 위해서, 또는 모처럼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위해서다. 나름대로의 기능을 갖춘 대구의 공원들을 찾아본다.

우선 대구시내 한 중앙에 위치한 공원의 경우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휴식공간도 충분하고 나무도 많아 복잡한 도심 속 허파 역할을 하는 톡톡히 하고 있다. 도심공원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 거리를 걷다가 지칠세면 들러 싱그러운 기운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다.

2.28기념중앙공원

대구 도심에 이처럼 아기자기한 공원이 있다는 것은 어쩌면 축복이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늘 젊음의 에너지가 충만해 있다.

공원 언저리를 둘러 흐르는 인공 시냇물은 초여름의 열기를 식혀주고 있다. 순간순간 솟아오르는 분수에 시야까지 시원해진다. 공원의 풍경은 벤치에 앉은 사람들의 모습과 더불어 완성된다. 다리쉼을 하는 중년, 젊은 커플,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여대생들, 진지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직장인 등의 모습이 공원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공원 한중앙 광장에는 종종 작은 공연이 펼쳐져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붙잡기도 한다. 누구든 장을 펼치면 당장 50여명의 관객은 동원할 수 있을 듯하다. 아기를 데리고 산책나온 가족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주부 한경희(34)씨는"아기를 데리고 시내에 나왔는데, 아기와 함께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찾다가는 어느새 이곳에 오게 된다"면서"넓고 안전한데다 아기가 좋아하는 분수까지 있어 시내에 나올 때 마다 들른다"고 말했다. 주변에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이 많아, 향이 좋은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거나 한 끼 점심을 자연 속에서 먹기에도 알맞은 장소다.

국채보상기념공원

2·28공원에서 10여분 가량 걸어가면 또다른 빛깔의 국채보상기념공원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최근 조성한 공원으로, 넓은 잔디광장과 주위로 천여 그루의 나무가 버티고 있어 큰 도로 옆임에도 소음에서 해방될 수 있는 공간이다. 한중앙에는 솟대가 솟아 있고 풍경이 달려 바람이 불 때 마다 청아한 풍경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치 교외에 나와있는 듯한 정취를 자아낸다.

2·28공원이 머무르고 싶은 공원이라면, 국채보상기념공원은 천천히 음미하며 걷고싶은 공원이다.

때문에 인근 사무실과 병원·도서관 등 갑갑한 공간을 탈출해 나온 사람들이 넥타이를 잠시 풀어두고 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공원의 역사성. 향토 서예가들이 쓴 이육사·박목월·조지훈·이호우·윤동주의 시비와 이언적·김굉필·서거정·이황·정몽주·이상화의 명언비가 있는 오솔길 등이 있다.

매일 5천여명, 주말엔 7천여명이 거쳐간다고 하니, 대구의 대표공원으로 꼽힐만 하다. 중앙도서관에서 책 한권 빌려 읽기에도 좋은 장소다.

경상감영공원

2·28공원과 국채보상기념공원이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공원이라면 경상감영공원은 중년 이상이 사랑하는 공원이다.

경상감영공원을 여러 번 드나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원에 대해 제대로 잘 알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참에 공원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경상감영공원은 조선시대 경상감영의 옛터에 조성한 사적공원으로, 경상감영이 대구에 자리잡으면서 대구는 대구·경북의 중심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1970년 중앙공원이란 이름으로 개장한 뒤 97년 '경상감영공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잘 정돈된 잔디광장과 분수, 산책로, 벤치 등이 조성돼 있는 중앙에는 선화당과 징청각이 있다. 대구시 유형문화재1호인 선화당은 경상감영의 정청으로, 1601년 세워진 후 여러 번 화재에 불타고 1970년 중수됐다. 이 건물은 현존하는 관아 건축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관아 건축이 어떤 특징을 지니는지, 지금 남아있는 건물의 양식이 왜 중요한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아쉽다. 여러 차례 화제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기가 하나밖에 없는 등으로 문화재 관리에도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