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피랍 女초교생 2주만에 시신으로 발견

집에서 2km 떨어진 산 능선에 알몸으로…경찰, 오늘 부검 실시

지난달 30일 대구 달성군 유가면 집에서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괴한에게 납치된 허은정(11·초교 6년)양이 피랍 2주 만인 12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허양의 집 인근 야산 일대를 수색하던 중 집에서 2㎞ 정도 떨어진 유가면 용봉리 비슬산 자락 속칭 용박골 8부 능선에서 허양이 입고 있던 반바지와 티셔츠 등 옷가지를 발견했다. 이어 오후 5시쯤 옷가지가 발견된 위쪽 300여m 부근에서 시신을 찾아냈다.

발견 당시 허양의 시신은 임도에서 계곡 쪽으로 5m가량 떨어진 급경사 비탈면에 알몸 상태로 엎드려 있었다. 몸통과 머리는 분리돼 있었고 부패 정도가 심해 납치 후 곧바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허양이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 상태였던 점에 미뤄 납치범이 인근에서 허양을 살해한 후 이곳으로 옮겨와 유기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현장 감식을 마치고 자정쯤 시신을 가톨릭병원에 안치했다. 정확한 사인 및 성폭행 여부 등을 가리기 위해 13일 부검을 한다.

경찰은 허양이 납치될 당시 허양의 할아버지(72)가 "너는 맞아야 돼"라며 괴한이 폭행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원한관계에 의한 면식범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방향도 우발적인 성폭행범보다는 할아버지의 주변 인물에 맞춰져 있다.

달성서 안재경 수사과장은 "허양 가족 주변 인물 및 성폭력 전과자 등 모든 가능성을 두고 수사를 펴고 있다"며 "그러나 할아버지가 범인을 1명 또는 2명이라며 오락가락 말하고 있는데다 폭행 후유증으로 인한 뇌출혈로 치매증상까지 보이고 있어 범인을 특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허양은 지난달 30일 오전 4시 10분쯤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다 괴한이 들어와 옆방에서 할아버지를 폭행하자 이를 말리다 강제로 끌려갔다. 허양은 여동생(10)과 함께 3년 전부터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살아왔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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