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물연대 총파업, 속사정은 이렇다

비조합원 적극 동조 분위기…운송사도 속으론 같은 편에

13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우려했던 물류마비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화물연대는 이날부터 1만3천명 조합원들의 차량이 모두 멈춰섰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와 화주사 및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비중이 낮은 대형 운송사들은 "비조합원들이 훨씬 많아 당장의 파업 여파는 크지 않은 편"이라며 파장을 애써 축소·외면하려 했다. 과연 그럴까?

◆33만대 중에 1만대만?=현재 전국에서 운행중인 5t 이상의 영업용 화물차 33만7천여대 가운데 화물연대 조합원은 1만3천여명이다. 포항의 경우 2천800대 가운데 조합원은 400여명 정도다. 이 같은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비조합원 차가 많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나 화주 등 사용자 측 주장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는 완전 딴판이다. 2003년 포항에서 시작된 화물연대 첫번째 파업 이후 한때 포항지역 조합원은 2천명이 훨씬 넘었다. 대부분 자기 차를 가지고 특정 운송사에 소속돼 일하는 지입차주인 이들의 절대 다수가 조합원이었던 셈.

다만 2004년 이후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대기업 물류수송을 도맡고 있는 대형 운송사들이 지입차주인 기사들에게 화물연대 탈퇴를 권고 종용하면서 부득이 조직에서 이탈하는 바람에 표면적인 조합원 숫자가 줄었을 뿐이다.

게다가 올해의 경우 살인적 경유가 인상으로 수지가 악화된 기사들이 조합원·비조합원 가릴 것 없이 경제적 파탄지경을 맞았기 때문에 파업에 대한 공감대가 커 파업참여도 또한 그만큼 높아졌다. 화물연대 소식에 정통한 한 경찰 관계자가 "조합원 여부 가릴 것 없이 14일에는 전체 화물차의 70∼80%가 운행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화주와 운송사, 무늬만 같은 편=올해 화물연대의 파업이 2003년 상황과 가장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은 같은 사용자 측 입장인 화주와 운송사가 겉으로는 같은 편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각각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 운송사 임원은 "화주-운송사-지입차주(기사 또는 화물연대 조합원)로 연결되는 물류수송 시스템에서 종전 화주편에 섰던 운송사 측이 이번에는 내심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롯한 파업 중인 지입차주 편에 섰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운송사들은 화주들에게 의뢰를 받아 전체 운송료 가운데 일부를 회사의 수익으로 잡고 직접 수송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나머지 일정액을 지입차주(기사)들에게 배분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기름값 등 고정비용이 워낙 많이 올라 기사들이 파업을 해서라도 전체 운송료를 올려야 운송사의 몫도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송사 측도 심정적으로 화물연대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또 화주가 유류가 상승폭 등 운송원가 인상요인을 따져 운송료를 책정하기보다는 "종전 운송료 대비 몇%를 인상했다"거나 두자릿수 인상 등 숫자싸움만 하면서 운송사를 누르려는 듯한 협상태도도 운송사들을 화물연대편으로 만드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협상은 언제, 어떻게?=화물연대를 비롯한 지입차주들이 13일 새벽부터 총파업에 들어갔으나 협상타결까지는 난관이 수두룩하다. 우선 대기업 화주사들은 화물연대와의 협상보다는 자사 제품 수송을 전담하는 운송사, 최악의 경우 이들 운송사에 소속된 기사들과는 대화하겠지만 직접 거래관계가 없는 화물연대와는 만날 이유가 없다며 나서기를 거부하고 있다.

운송사들도 "운송료 인상의 키를 쥐고 있는 화주들이 입장을 유보하고 있는 마당에 협상장에 나가도 제시할 카드가 없다"며 "일단 업무현장에 복귀해 일하면서 대화하자"는 '선복귀 후협상'이라는 원칙론만 반복하고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역할은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정부는 화물연대와 협상선을 유지하면서 화주와 운송사를 상대로 조기타결 방안 수립을 압박하고 있지만 당장은 먹혀들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유가폭등 등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된 경제문제인데도 정부는 흔한 노사문제로 보는 것 같다"며 "사태의 본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해결가닥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내고 있다.

따라서 파업 장기화와 물류 완전 마비라는 2003년 사태 때와 비슷한 벼랑에 직면해야 제대로 된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상적인 예상도 나오고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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