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는 3천500원짜리 백반이나 2만원짜리 전골이나 구분이 없습니다. 음식 장사가 지금처럼 힘겨운 적은 없었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공포'로 오리고기·닭고기 취급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은지 3개월. 광우병 쇠고기 수입 파동에 밀가루 등 원재료 값 상승과 고유가까지 겹친 사상 최악의 불경기를 맞은 음식업계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12일 오전 대구 북구 (사)한국음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에서 만난 대구의 음식업계 관계자들은 "외식업계는 근근이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문재신 대구시지회장은 "계속되는 악재들로 인해 업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월수입 100만원 생계형 영세 음식점 업주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특히 비교적 창업이 쉬운 '먹는 장사'에 빚까지 내가며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회 측에 따르면 대구 음식점들의 개업과 폐업의 순환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03년 2만4천368곳에 이르렀던 대구의 음식업소는 현재 4천774곳(19.6%)이 줄어들어 1만9천594곳이 남았다. 5년 만에 음식점 5곳 중 1곳이 문을 닫은 것. 남아 있는 음식점들 가운데도 매년 절반이 1년 만에 주인이 바뀌고 있다(표). 김영주 사무국장은 "개업을 앞두고 위생교육에 참여하는 이들은 한 해 1만명씩 고정돼 있다"며 "전체의 절반만 살아남고 나머지 반은 주인만 바뀌어 개업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 쇠고기 음식점 업주는 "이런 판국에 정부가 원산지 표기를 강화한다며 이달부터 100㎡ 이하 소규모 음식점까지 단속을 강화한다니 죽을 맛"이라며 "음식점을 인수해 개업했다가 2, 3개월 만에 인테리어 비용도 못 건지고 가게를 접는 사람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음식점 업주들은 무료급식 행사 등에 적극 참여하는 등 나눔의 미덕을 잃지 않고 있다. 한국음식점중앙회 대구시지회 8개 지부들이 지난해 마련한 무료급식 행사는 40회로 1만3천여명이 참가했다. 5년째 중구 남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다는 하재용 중구 지부장은 "식당 계산대 옆 불우이웃돕기 성금함을 채우는 사람들은 부유층이 아닌 택시기사나 노인들"이라며 "이런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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