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우현의 보석이야기] 천사의 우윳빛 피부 '진주'

어떤 보석이 제일 좋아?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내 대답은 망설임 없이 진주다.

여러 가지 빛깔의 수많은 보석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지만 내가 유난히 진주를 편애(?)하는 이유. 그것은 그 빛이 주는 따사롭고 포근한 느낌 때문이다.

진주 빛깔은 엄마의 가슴 같기도 하고 천사의 우윳빛 피부 같기도 하다. 나는 내 생의 기쁨의 순간을 항상 그 포근한 진주와 함께했다. 아이의 백일사진 속에, 졸업사진 속에, 첫 전시회 기념사진 속에 진주는 항상 은은한 빛으로 날 감싸주고 있다. 그만큼 진주는 내가 느끼기에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진주는 조개 속에서 만들어진다. 우연히 조개 속에 이물질이 들어가면 조개는 자신의 껍질과 비슷한 물질을 분비하여 그 이물질을 감싸게 되는데 이런 분비물이 겹겹이 쌓인 것이 진주다. 진주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은 매우 낭만적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달빛과 조개의 사랑으로 진주가 태어났다고 생각했는가 하면, 로마인들은 진주를 얼어붙은 '신의 눈물'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진주를 좋아했던 유명한 인물은 엘리자베스 1세다. 누구나 수많은 진주로 장식된 드레스를 입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초상화를 본 기억이 있을 텐데 엘리자베스의 초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진주를 몹시 좋아해 무려 7줄짜리 진주목걸이를 착용했고 진주로 장식한 드레스만도 3천여벌에 이른다고 전해진다.

당대의 영웅들을 수없이 유혹했던 클레오파트라도 진주를 좋아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클레오파트라가 로마의 황제 안토니우스를 유혹하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자신의 천연 진주귀걸이를 술에 넣어 마셨다고 하는 일화는 유명하다.

진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크게 천연진주와 양식진주로 나뉜다. 천연진주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것으로 우연히 이물질이 조개 속에 들어가 저절로 진주가 된 것을 말하며, 양식진주는 인간이 조개 속에 일부러 핵을 집어넣어 진주가 된 것을 말한다.

현대에는 천연진주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일반적으로 얘기하는 천연진주란 천연양식진주를 말하며 진주는 형태, 색, 광택, 크기에 의해서 그 가치가 결정되는데 형태가 원형에 가까울수록 진주의 가치가 높아진다. 색은 크게 흰 진주와 흑진주로 나뉘는데, 흰 진주는 화이트에 핑크빛이 많이 감돌수록 선호되고 흑진주는 공작 꼬리색인 피코크 그린 컬러의 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진주의 선택에 있어서는 광택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진주 표면에 빛이 얼마나 많이 반사되느냐에 따라 가치가 높아진다. 진주는 크기가 클수록 가치가 높으며 일정 크기 이상이 되면 단 1㎜ 차이로도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진주는 어디에서 양식하느냐에 따라 크게 해수진주와 담수진주로 구분되는데 해수진주란 바다에서 양식되는 진주를 말하며 담수진주는 강이나 호수에서 양식되는 진주를 말한다. 해수진주는 거의 원형이나 반원형인데 비해 담수진주는 거의 기형 진주다.

해수진주와 담수진주는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할 때 산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의 담수진주가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어 진주가 무조건 비싸다는 선입견은 버리는 게 좋겠다. 특히 동남아 등 여행지에서 진주 제품이 싸게 판매될 때 일단은 해수진주인지, 담수진주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현명하다.

해수진주든 담수진주든 주얼리를 처음 착용하는 사람에게는 단연 진주 주얼리를 추천해주고 싶다. 6월의 탄생석 진주는 건강, 장수, 부귀를 상징하며 바다에서 나는 보석 중 가장 귀한 것으로 '보석의 여왕'으로 불린다.

최우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금속장신구 디자인과 겸임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