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문가가 말하는 '빈 둥지 증후군' 원인과 해법은?

▶ '빈 둥지 증후군'이 발생하는 원인은?

부부도 결혼 뒤에 이뤄나가야 할 일들이 수없이 많다. 연애할 때 서로 반하는 것은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사랑이 아니다. 일시적 충동일 뿐, 드라마와는 다르다. 진정한 사랑이 뭔지 모르던 단계라는 말이다. 그것을 성숙한 사랑으로 가꿔가는 과정이 결혼이다. 하지만 정작 결혼이나 출산 후 이런 것들은 무시되고, 자녀가 최우선이 된다. 자녀의 성격 발달 못잖게 부부간 의사소통 기술을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갈등과 스트레스에 놓였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부들은 이런 것들을 등한시한다. 이런 상황이 20년 넘게 지속된 뒤, 모든 사랑을 쏟아부은 자녀가 떠나고나면 상실감과 허무에 빠져드는 것은 당연하다.

▶ 부부 상담 때 빈 둥지 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나?

부부 사이의 갈등을 견디다 못해 해결책으로 찾는 것이 바로 이혼인데 황혼이혼, 대입이혼이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이혼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한 지붕 밑에 살아도 남남처럼 지내는 경우다. 이혼한 상태와 다름없지만 그냥 견디는 것이다. 사실 부부간의 극한 대결은 상담도 쉽고 치료효과도 뚜렷하다. 빈 둥지 증후군은 이보다 훨씬 어려운 케이스다. 상담이 필요한데도 오지 않는다. 젊었을 때 돈 모으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지만 이제 부부간에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야 할 시간이 왔는데 그저 허무하고 허탈할 뿐이다. 40·50대 주부들이 우울증, 알코올 및 각종 중독 증세로 오지만 상담 후 원인을 찾아보면 거의 빈 둥지 증후군이다.

▶ 잃어버린 자신감을 어떻게 되찾아올 수 있나?

한 주부의 사례를 보자. 남편과는 정서적 이혼 상태이다. 마지못해 밥만 해주는 역할을 하다 보니 대화는 전혀 없고, 주부는 무력감에 빠졌고 우울증 초기 증세를 보인다. 상담하면서 '가장 신났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했더니 '학창 시절 고아원에서 봉사할 때'라고 답했다. 결혼 후 이런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대화를 나누는 등 도움을 주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했더니 극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비록 돈을 버는 일은 아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자신감을 되찾았고 남편과의 관계도 회복됐다. 남편은 아내의 활기찬 삶을 보고 오히려 아내의 봉사활동을 돕는 열성적인 조력자가 됐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제석봉 교수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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