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뤄서는 안 되는 공기업 민영화

청와대는 쇠고기 파문이 일단락된 이후 공공기관 개혁을 본격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어제 밝혔다. 쇠고기 파문이 언제 가라앉을지는 모르지만 지난 11일 당'정협의에서 한반도 대운하와 공기업 민영화 등 주요 정책들을 '후순위' 과제로 미루기로 한 것과는 다소 배치되는 견해다. 공기업 민영화를 무작정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기업 민영화는 쇠고기 파문이나 한반도 대운하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그것은 '후순위'로 밀려날 사안이 아니다.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 국민 대부분이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는 중대한 현안이 아닌가. 더구나 공공부문 개혁은 정권 초기에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며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사실을 국민은 이미 역대 정권에서 숱하게 봐왔다.

따라서 공기업 민영화 작업은 빠를수록 좋다. 현재의 국면이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어 개혁이 언제쯤 본격화될지 그 시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정부는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라며 이를 유야무야해서는 안 된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일 공공기관 임원들의 보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에 따라 급여 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보수도 정무직 공무원에 맞춰 크게 하향 조정했다. 한국산업은행장과 한국수출입은행장은 연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공공부문 개혁은 벌써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촛불 집회와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내 정세가 어수선한 때에 이를 전면에 내세워 강조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후순위로 미루겠다"면서 시간적인 여유를 두는 것은 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물론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고통 없이 개혁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시험무대에 오를 것이다.

어쨌든 쇠고기 촛불 집회에 놀라 국민 절대 다수가 찬동하는 중대 현안인 공기업 민영화를 흐지부지해버린다면 그것은 민심을 잘못 읽은 또 하나의 失策(실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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