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원(34·여·대구 수성구 노변동)씨는 초교 3학년 딸을 여름방학 동안 영어캠프에 보내기로 마음먹고 5월 말 한 대학교가 운영하는 캠프에 등록했다. 제갈씨는 "혹 혼자서 공부하면 영어공부가 시들해지는 것도 걱정이 되고 새로운 얼굴의 학생들과 단체로 수업을 하면 경쟁심도 생길 것 같아 신청했다"고 말했다.
방학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이맘때면 학부모들은 '방학 동안 자녀를 어떻게 할까' 고민이 된다. 이런 가운데 방학 동안 단기간 운영되는 영어캠프가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다. 영어캠프 선택에 도움이 될 정보를 알아봤다.
◆영어캠프, 영어와 친해지는 환경 제공
영어캠프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100% 영어노출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원어민 교사와 함께 영어로 다양한 수업을 하면서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영어를 향상시킬 수 있다. 보통 영어캠프는 해외와 국내로 나뉜다.
주로 미국이나 캐나다, 필리핀 등 영어권 국가로 떠나는 해외 영어캠프는 보통 3, 4주간 현지에서 24시간을 생활하기 때문에 효과면에는 최고. 하지만 비용(나라, 기간, 프로그램별로 다름)이 보통 500만원 정도로 비싼데다 방과 후에 통제가 잘 안 돼 생각만큼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국내 영어캠프다. 국내 영어캠프는 크게 통학형과 기숙형이 있다. 통학형은 셔틀버스를 통해 집에서 통학이 가능한 형태고 기숙형은 말 그대로 캠프에서 먹고 자는 형태다. 기숙형은 집단 생활을 통해 아침에 눈뜰 때부터 밤에 잘 때까지 24시간 영어환경에 노출되고 아이들의 독립심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비용(보통 200만~300만원)이 만만찮고 해외 영어캠프처럼 방과 후 통제가 쉽지 않으며 영어 외 다른 과목을 공부할 수 없다는 단점도 뒤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엔 통학형이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통학형은 비용도 상대적으로 싸고 집에서 통학하기 때문에 부모가 안심할 수 있다. 방과 후에 영어 외 다른 과목이나 활동을 할 수 있어 초교 고학년 이상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역의 다양한 영어캠프
대학들이 다양한 통학형 어린이 영어캠프를 운영한다. 8회째를 맞는 영진전문대의 '여름어린이영어캠프'는 4주 과정으로 무엇보다 대학 캠퍼스 곳곳을 활용하는 특징이 있다. 항공기나 호텔시설, 디지털편집실 등 학교의 부대시설에서 현장 적응형 영어를 익힐 수 있다. 디지털편집실의 경우, 학생들이 직접 영어로 방송을 하면서 이를 촬영해 CD로 나눠준다. 또 한 반에 10~12명으로 소수 정예반으로 운영하는 것도 장점.
영남대의 '유집'(YU JIEP)이나 계명대의 '엘리트영어캠프'는 매일 다른 주제로 작문을 하도록 하고 발음이나 문법 교정을 한 뒤 발표를 하는 '스피치 트레이닝 코스'가 있다. 또 방과 후에 연계 수업이 되게끔 영어일기 쓰기나 홈페이지를 통한 듣기 연습을 하도록 한다. 캠프 마지막 날 이를 채점하고 시상하며 스피치대회를 열어 시상하는 등 다양한 시상 제도를 갖고 있다. 경북대의 '썸머캠프어드벤처'는 2주 과정으로 대학 캠퍼스와 미 캠프워커를 오가며 수업을 진행한다. 주별로 게임이나 스포츠, 음악, 미술, 스토리텔링 등 주제를 정해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하게 한다.
대구미문화원 평생교육원은 통학형 '아이카스 영어캠프'를 연다. 초교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캠프는 한 반에 10명을 배정해 원어민 교사가 매일 100%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장점이다.
대표적인 기숙형 캠프인 대구영어마을(경북 칠곡군)의 '어린이ELS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초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총 200명을 모집하며 2주 과정과 4주 과정으로 나뉜다. 이미 5월에 모집이 마감됐다. 보통 이곳의 방학 영어캠프에 참가하기 위해선 5월(여름 캠프)과 9월(겨울 캠프)에 신청을 해야 한다. 이곳은 전형적인 미국마을을 그대로 재현해 굳이 외국에 가지 않아도 현지 생활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 또 미국 현지 초교 수업 과정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다.
일부 초교나 중학교에서 별도로 영어캠프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캠프들의 장점은 싼 비용으로 짧은 기간으로 운영된다는 것. 대구 청림초교(053-790-1500)는 8월 12일부터 2박 3일 동안 초교 1~6학년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를 연다. 비용은 4만원, 모집인원은 총 80명이다. 영남삼육중(053-852-3661~4)도 7월 20일부터 30일까지 '스타트 뉴'라는 주제로 미국 원어민 강사 15명을 초청, 캠프를 운영한다. 대상은 초교 5·6학년 80명, 중1 40명으로 초급과 중급, 고급 등으로 나눠 진행되며 학생들은 교내 기숙사에서 숙식한다. 비용은 숙식 포함해 35만원이다.
◆신청 전, 이것만은 확인
수많은 영어캠프 중 내 아이에 맞는 캠프를 고르기 위해선 우선 강사진과 프로그램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보통 강사진의 경력은 홈페이지나 상담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원어민 교사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교육한 경험이 있거나 정규 과정을 밟았는지 등 강사의 자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세부 시간표도 자세히 검토해야 한다. 듣기나 말하기, 쓰기, 읽기 등을 골고루 배울 수 있는지, 얼마나 짜임새있고 체계적인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 영남대 외국어교육원 유정근 행정실장은 "그냥 남들이 가니까 간다는 식으로 캠프를 선택하면 놀기 쉬워 나중에 남는 게 없다"며 "커리큘럼을 하나하나 확인하고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캠프도 하나의 생활이기 때문에 안전사고나 생활환경 등도 고려 대상. 특히 통학버스의 경우 보험 가입이 되어 있는지, 식단은 어린이에게 맞는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될 수 있으면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영진전문대 외국어교육원 이상천 행정매니저는 "통학형의 경우 너무 멀면 통학 시간만 1시간 정도 걸려 학생들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고 지치기 쉽다"고 했다.
통학형은 방과 후 집에서 얼마나 연계 교육이 되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학생이 캠프 때만 영어 공부를 한다면 당연히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의 연속성을 위해서 다양한 과제나 연계 수업이 가능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혹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환불 여부 등도 신청할 때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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