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신기한 시계군. 새로 구입했나요?" 오랜 기간 교육과학연구원에서 근무하다 정년퇴직 후 전시관 해설 봉사자로 근무하던 선생님의 질문이다. "예? 저 시계 달아 놓은 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교육과학연구원 2층에 있는 발명교육센터의 창의공작실 입구에는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도는 시계'가 걸려 있다. 봉사자 선생님은 수없이 발명교육센터를 드나들면서도 무심코 그냥 평범한 시계려니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이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고서야 비로소 '거꾸로 도는 시계'를 발견한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도 발견하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에 새롭게 보이는 현상 말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세상을 자신만의 생각의 틀로 바라보고 느끼기 때문에 생긴다. 새로운 생각을 방해하는 생각의 틀을 우리는 '고정관념'이라 한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바라보는 세상은 좁고 단순하다. '거꾸로 도는 시계'처럼 기존의 생각의 틀을 넘어 가끔은 세상을 거꾸로 바라본다면 사물은 이전과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게 된다.
'시계가 고장 났어요' '시계가 약이 다 되었어요' 등 '거꾸로 도는 시계'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많다. '모래시계는 왜 위에서 밑으로만 내려와야 할까'라는 생각에서 '거꾸로 가는 모래시계'가 발명되었고 '시계 바늘은 왜 한번에 1칸씩만 이동해야 할까?'라는 생각에서 '크레이지 아워(Crazy Hour)'라는 한번에 5칸을 점핑해 움직이는 시계가 발명됐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발명가 장영실은 물시계인 자격루를 발명했다. 자격루는 큰 물통(대파수호)에서 나온 물이 작은 물통(소파수호)을 거쳐 물받이통(수수호)으로 들어간다. 수수호의 수면이 일정하게 상승하면 타종장치가 움직이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수수호는 높이 1.8m, 지름 40㎝, 두께 2~3㎝인 원기둥 모양으로 물이 채워지면 무게가 약 600㎏에 이른다. 수수호의 물을 빨리 비워야 계속 시간을 잴 수 있는데, 장영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보통 사람들은 다른 장치를 이용해 수수호를 기울여 물을 비우려 했겠지만, 장영실은 고정관념을 깨고 과학적인 원리인 '사이펀 현상'(높은 곳에 있는 액체를 용기를 기울이지 않고 저절로 낮은 곳으로 옮기는 원리)을 이용해 전혀 힘 들이지 않고 일정한 높이 이상 물이 차게 되면 자동으로 물이 비워지도록 하였다. 고정관념을 넘어선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세계적인 UCC사이트인 '유투브'에서는 해마다 최고의 동영상을 뽑는다. 2007년 최고의 동영상에는 웃는 아기 동영상이 뽑혔다. 아빠와 함께 종이 찢기를 하면서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웃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에 전 세계 네티즌들은 함께 웃으며 즐거워했다. 거꾸로 도는 시계를 처음 본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신기해하며 즐거워한다.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비밀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어린이의 호기심으로, 순수함으로, 즐거움으로 돌아가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이진우(대구시교육과학연구원 발명교육센터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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