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방학 때 미국 플로리다 주에 있는 키웨스트에 갔다. 키웨스트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헤밍웨이(Ernest Hemingway)가 살던 집 구경이다. 미국인이 제일 사랑하는 작가여서, 미국인들에게 '파파'(Papa)라고 불리는 헤밍웨이의 집 구경은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에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은 관광객은 물론이고 파파가 사랑한 4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관광객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고 침대 위나 전시대 위 등 아무데서나 널브러져 있었던 점이다. 이 고양이들은 사진 찍히는 걸 은근히 즐기는 듯 보였고 발가락도 6개여서 더 특이해 보였다.(보통 고양이 앞발의 발가락은 5개이다)
헤밍웨이 집에 있는 고양이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관광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양이 사진을 찍고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긴 대화도 나누는 듯했다. 또 헤밍웨이 집 안에 있는 상점에는 헤밍웨이가 고양이를 안고 있는 사진과 고양이 발가락을 상징하는 기념품들로 가득했다. 고양이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파파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데다가 발가락이 하나 더 많다는 점일 것이다. 헤밍웨이의 손때 묻은 것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유품(?)이 아닌가? 평범해 보이는 고양이가 희소성을 가진 고양이가 된 것이다.
어린이 대공원을 예로 들어보자. 어린이 대공원에는 부근에 사는 사람들보다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어린이 대공원이 멀리 사는 사람에게만 더 재미있어서가 아니다. 부근에 사는 사람들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멀리서 오는 사람들은 지금이 아니면 그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이 대공원 근처에 오게 되면 꼭 가보려고 한다. 만약 어린이 대공원이 한 달 뒤에 폐쇄된다고 한다면 근처에 사는 사람들 중에도 한 번씩 와보는 사람들이 꽤 많아질 것이다. 희소해져서 찾아가볼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자유를 상실한다는 뜻이고 사람들은 자유가 제한된 제품을 더 선호하게 된다. 즉 희소성이 있는 제품은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지고 사람들은 이런 제품을 가지고 싶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곳에서는 희소성을 지닌 것이 다른 곳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으며, 희소성의 정도가 다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헤밍웨이에 버금가는 유명한 작가가 발가락이 6개인 고양이를 키웠다고 하자. 우리나라 사람이 그 작가가 키운 고양이에 관심을 두겠으며 더 나아가 발가락이 6개인 기형 고양이를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렇듯 경제생활의 공통적인 문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희소성은 수요보다 공급이 적은 것 즉, 사회구성원들의 욕망에 비해 그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단인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상이다. 하지만 자원의 양이 부족해도 구성원들의 필요가 없는 것은 희소성이 없다. 경제는 희소한 자원을 활용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자원의 희소성은 우리에게 선택의 고민을 하게 한다. 선택에는 원칙이 있다.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많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즉 '최소비용의 원칙'과 '최대만족의 원칙'에 의한 선택이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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