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자식 교육은 어머니의 몫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권대성(50·화성산업㈜ 동아백화점 팀장)씨는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이 남달라 아들의 교육까지 도맡아 왔다. "가끔 아내가 '큰아들은 내 아이고, 작은아들은 당신 아이 아니냐'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해요. 내가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는 게 조금은 섭섭한 모양이에요."
그는 2004년에 큰아들 순범(22)씨를 서강대에 입학시켰고 작은아들 순호(19)군을 올해 경찰대에 합격시켰다. "사실 큰아들에 대한 기대가 컸죠. 고교 3년 동안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전국논술대회에서 대상도 받은 적이 있으니까요. 서울대 가는 걸 기정사실화했는데 수능 언어영역에서 고전을 했어요."
순범씨는 대학에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서울 송파구 포이동의 이주 집단촌에서 무료 공부방을 차리는가 하면 휴학을 하고 소록도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처음엔 큰아들의 행동에 반대를 많이 했죠. 하지만 '또 다른 세상이 있고 그곳에서 어울리고 싶다'는 큰아들의 뜻을 꺾지 못했죠. 지금은 오히려 큰아들을 응원하고 있어요."
순호군 또한 고집이 대단했다. 서강대를 다니다 불현듯 자퇴를 하고 경찰대를 준비한 것. "준비 기간이 4개월 정도밖에 없어 처음엔 어렵다고 봤죠. 그래서 휴학을 하고 입시를 준비하라고 권유했지만 그렇게 되면 정신이 나태해져 안 된다고 학교를 그만두더라고요. 결국 5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어요."
두 아들의 공부에 대한 열의는 무엇보다 권씨의 책 욕심이 큰 몫을 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사줬어요. 특히 '아리랑'이나 '한강' 등 대하소설이나 역사소설을 많이 권했죠. 한 달에 최소 3만원 정도는 꼬박꼬박 책 사는 데 투자한 것 같아요." 더구나 권씨가 대학원 다닐 때 열심히 공부한 거나 아내가 책을 자주 읽는 행동이 알게모르게 두 아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단다. 그의 집은 6단짜리 큰 책장이 3개나 있고 아이들 공부방이 별도로 있을 만큼 학구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두 아들은 '밥 먹고 책을 읽어라'고 잔소리를 들을 정도였고 주말엔 하루종일 책만 읽었다.
권씨는 큰아들이 초교 5학년부터 영어일기를 쓰도록 했다. 처음엔 아는 영어만 단어로 쓰게 하고 나머지는 한글을 쓰게 했는데 5개월 정도 지나니까 영어 사용 비율도 높아지고 글도 길어졌다. 또 스스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단어나 숙어를 찾다 보니 영어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늘었다는 것.
권씨는 바쁜 회사생활 중에도 아들들의 운전기사(?) 노릇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두 아들의 학교가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적인 술자리는 거의 잡지 않았죠. 꼭 만나야 한다면 점심 시간을 주로 이용했어요. 중요하지 않은 약속은 미루기도 했죠." 자연스럽게 아들과 대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다. "큰아들은 조금만 공부를 더 하면 잘 될 것 같아 은연 중에 부담을 많이 준 것 같아요. 그래서 큰아들과는 많은 대화를 못 했죠. 작은아들부터는 그런 부담을 주지 않고 가볍게 대화를 많이 했어요. 차로 이동하는 시간을 이용해 진로나 여자친구 이야기 등을 나눴죠."
권씨는 집에 돌아와서는 공부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 가지 강조한 것은 있어요. 학교 수업 시간에 필기는 하지 않더라도 선생님의 눈은 한번도 떠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죠. 그만큼 집중하라는 것이었죠."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