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헛방 정부, 무력한 공권력

"운송방해 행위를 엄단한다고요? 누가, 어떻게 한다는 거죠?"

16일 낮 포항공단 한 업체 출하담당 임원은 핏대를 세웠다. 그는 "화물연대 파업은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수요업체가 자신의 차를 몰고와서 짐 싣고 가겠다는데 그것조차 실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지난 토요일 한차례 비상출하를 시도했는데, 우리 차가 회사 나간 지 얼마 안 돼서 다시 돌아왔다"고 했다. "저들(화물연대 조합원)이 가지말라고 하니까 기사가 운행을 포기한 것이죠. 돈 들여 '쎄빠지게' 실은 물건 다시 내리느라 또 비용만 날린 겁니다." 그의 토로는 끝이 없었다. "경찰보호요? 가다가 중간에서 조합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차 돌려 올 때 경찰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17일 현재, 바닥사정은 이렇다. 그럼에도 정부는 '운송방해 행위 엄단' '경찰에 보호요청시 차질없이 수송토록 적극 지원' '군병력 및 장비 대체투입' 등 원칙론과 탁상회의용 발언만 쏟아놓고 있다. 이런 말만 듣고 있노라면, 2003년 1차 파업 당시와 뭐가 달라졌는지, 달라진 것이나, 나아진 것이 있기나 한 건지조차 알기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 파업한다면 그때 가서 호들갑을 떠는 정부 태도에 이제는 큰 기대도, 신뢰도 없다"는 말은 파업상황을 맞은 화물연대 조합원은 물론이고 화주나 운송사 등 정부를 뺀 모든 당사자들이 똑같이 하는 말이다.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까지도 정부는 화주와 운송사는 물론이고 화물연대 등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며 발 빼기에 급급하다가 궁지에 몰리자 화주들 압박에 나섰다.

모양이 이러니 화물연대는 정부가 화주 등 대기업 편만 든다며 외면하고, 화주들은 화물연대의 물리력에 눌려 애매한 기업만 잡는다고 볼멘소리다. 정부의 입장과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자못 궁금하다.

박정출·사회2부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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