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도청 이전지 부동산 거래 급증

안동·예천 후보지 신청 이후 1천건

경북도청 이전지 발표 이후 안동·예천지역에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가 급증했는가 하면 이전지 주변 경매 물건은 특수 바람에 아예 자취를 감췄다.

또 매매가격을 둘러싼 부동산업자와 원주민 사이의 다툼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등 도청 이전예정지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경북도청이 이전하는 안동시와 예천군 일대(56.7㎢)는 17일부터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인다. 2013년까지 일정 규모가 넘는 토지를 거래할 때는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취득자는 2년에서 5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 토지를 이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토지거래 허가제를 피하기 위한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16일 하루 동안만 안동과 예천지역에서 각각 20여건씩 신고됐다.

안동시와 예천군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도청 이전지 후보 신청 이후 접수된 부동산 거래 신고는 풍산읍·풍천면 지역이 600여건이며, 예천군 호명면·지보면이 380여건에 이른다.

도청 이전지 발표 이후 처음으로 열린 16일 대구지법 안동지원 경매장에는 평소보다 3배 가까운 인파가 몰려 도청 이전 특수를 노렸다. 하지만 이날 50여건의 경매물건 가운데 도청 이전지 주변 물건은 한 건도 없었다. 당초 이날 경매에 공고됐던 풍산읍 산양리 대지와 과수원, 풍천면 기산리 임야 등 10여건이 모두 취소된 것.

23일 예정된 경매에도 안동시 옥동 건물과 아파트, 풍천면 갈전리 주택 등 도청 이전지 주변에 위치한 20여건의 물건이 공고됐지만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관계자는 "풍산과 풍천, 옥동 등지의 물건은 대부분 가격 폭등에 따라 채권자와 채무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경매취소를 요청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발빠른 부동산업자에게 땅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속앓이를 하는 원주민도 늘고 있다. 안동시 풍천면 구담리 김모씨는 지난달 19일 자신을 찾아온 부동산업자에게 땅 1만8천여㎡(5천560평)를 1평(3.3㎡)당 11만원에 팔기로 하고 계약금 명목으로 2천여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거래 취소를 위해 몇차례나 부동산업자에게 연락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며 "계약을 파기할 기회를 일방적으로 빼앗긴 만큼 계약을 무효화할 법적 방안을 강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김씨처럼 부동산업자 때문에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원주민들이 마을마다 상당수에 이르는 실정이다.

안동·예천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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