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고유가 시대, 위기를 기회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국제유가가 6월 들어 또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6월 6일 WTI 현물가는 배럴당 137.5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연초 대비 38%, 지난 1년간 저점 대비 110% 오른 가격이다. 이러한 급등 배경은 추가생산 여력이 제한된 가운데 신흥개도국의 지속적인 수요 증가세에 따른 수급 불균형, 글로벌 달러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영향과 투기자금 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에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근래의 상승 추세는 공급 측면보다 수요 요인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지난 1, 2차 오일쇼크 때와는 다르다. 이는 생산차질보다는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감소로 인한 소득여건의 악화 경로를 통해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고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負(부)의 효과를 끼치게 된다. 가계소비는 줄어들고,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특히나 지역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외부환경 악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필자의 견해로는 고유가 시대 지역경제계의 대처 방안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선은 고유가에 불가항력적으로 타격을 받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이 신속하고 다각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고유가 종합대책이나 대구시의 기업 자금 지원 방안 등은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다만 향후 그 대상과 지원 폭이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산업용 연료인 중유 및 LNG 등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면제하고 에너지 절약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대폭 확대하며 원자재 구매 정책자금 확대와 금리인하가 긴요하다.

또 원자재 가격과 납품단가 연동제 및 가격 사전예고제를 신속히 도입하고, 중소기업 원자재 수급정보시스템의 조기 구축, 조달청의 원자재 비축사업 품목 및 예산규모 확대도 시급한 현안이다. 나아가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최소한의 안전망을 토대로 각 경제주체들의 에너지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에 대한 실천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

다음은 체질 개선을 통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우리 경제는 과거 1, 2차 오일쇼크, IMF 위기 속에서도 다시 일어서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한층 더 튼튼한 기반을 다진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열릴 시대는 자원고갈, 환경문제, 지구온난화 등의 문제로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富(부)의 창출이 한계를 드러낼 것이 자명하다. 이에 고유가라는 눈앞의 위기는 물론 가치창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시대적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절감형, 고부가가치형 생산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및 관련 산업을 꾸준히 육성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도시설계 자체를 에너지 저소비형·고효율성 구조로 변모시키는 계획 또한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우리가 최종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산업클러스터 구축이다. 대구경북은 솔라시티,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상당히 높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별로 지역의 자연환경 및 산업인프라와 연관성이 매우 높다는 점 또한 큰 이점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그 자체로도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으며, 안정된 에너지 공급처로서 지역경제 전방위에 걸친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관련 국내외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주문이다. 더불어 지역산업과의 전후방 다각적인 연계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기반 지식창조형 산업 클러스터' 가 구축되고 이것이 지역경제의 또 다른 성장 프레임으로 자리 잡아야 할 것이다.

고유가는 지역 경제에 큰 위기상황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외부환경 속에 뒷짐만 지고 있다가는 몰락할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생존법칙이다. 지역의 잠재력과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이 위기상황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바꾸는 저력을 발휘하자.

이인중 대구상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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