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바이러스 간염을 주의하라!"
A형 간염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최근 A형 간염 환자가 크게 늘면서 전국에 A형 간염 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지난달엔 대구 한 장애인보호시설에서 A형 간염 환자가 집단적으로 발생하기도 했다. 간에 침범해 간 세포를 파괴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에는 A, B, 그리고 C형 바이러스가 있는데, 모두 전염성 질환으로 간염의 원인이다. 문제는 1980년대부터 예방 백신이 보급돼 계속 감소 추세에 있는 B형 간염이나 전염력이 약한 C형 간염과 달리 A형이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A형 간염,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
◆A형 간염의 특징
A형 간염은 만성화되지 않고 대부분 급성으로 발생해 완치되지만 나이가 들어 감염될 경우 증상이 심한 수인성 전염병이다. 또 수직감염이나 혈청으로 전염되는 B, C형과는 달리 A형 간염은 환자의 대변에서 입으로 전염되는 게 특징이다. 대변을 통해 나온 바이러스가 주로 손이나 성관계 등 사람간의 직접적인 접촉으로 전염되는데 물이나 음식 등 오염된 매개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염되기도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만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B형 간염은 수직감염 또는 영유아기에 감염되면 80~90%가 만성감염으로 이어지고, C형 또한 만성화율이 70~80%에 이르지만 A형은 대부분 급성으로 온 뒤 완치된다. A형 간염의 가장 큰 특징은 유아기에 감염되면 대부분 증상이나 경과를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완치되지만 6세 이후, 특히 나이가 들어 감염되면 간부전이나 합병증까지 유발하는 등 치명적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A형 간염 환자 수는 지난 2001년 105명에서 2005년 798명, 2006년 2천81명, 지난해 2천223명으로, 최근 몇 년 새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A형 간염, 왜 갑자기 늘고 있나
최근 A형 간염이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보건위생 환경 개선과 관계가 있다. 경제 성장으로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유아기 때 A형 간염 감염에 노출될 확률이 줄었고, 그 결과 자연적으로 몸속에 항체가 생길 기회가 없어져 오히려 나이가 든 뒤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된 것. 여기에다 해외여행 등 국제 교류까지 활발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위생 상태가 좋지 않은 동남아 등과의 왕래가 잦아지고, 합숙생활 등의 기회도 많아져 20, 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A형 간염이 급증하게 됐다. 현재 40대 이후 성인들의 경우엔 성장기 때 위생 환경이 열악해 대부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감염됐다 완치돼 상당수가 이미 A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다. 실제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A형 간염 항체 양성률은 40대가 94%로, 대부분 항체가 있는 반면 20대는 단 2%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돼 있다. 특히 19~20세는 0.6%로 1999년 30.2%에 비해서도 크게 줄었다. 질병관리본부 조사 결과에서도 A형 간염 환자 중 80% 이상이 20, 30대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예방 및 치료
A형 간염은 일단 바이러스가 증식되는 잠복기(15~45일) 동안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잠복기가 지난 뒤엔 가볍게 간염을 앓다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고 식욕부진, 구토, 전신쇠약, 피로감, 전신 근육통, 고열이나 오한, 복통, 설사, 가려움증, 진황색 및 붉은빛 소변, 황달 등의 급성간염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A형 간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과 식수, 음식 관리에만 주의해도 전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A형 간염 바이러스 특성상 고온에 약해 85℃ 이상에서 1분 정도 끓이면 전염성이 크게 줄어든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전염 가능성이 큰 만큼 여행할 때 유의해야 한다. 특히 여름방학, 휴가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해외여행 때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들 지역을 여행하거나 교류 기회가 많은 경우 면역력이 약한 사람, 특히 만성 간질환 환자는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6~18개월에 걸쳐 2, 3차례 접종하면 된다. 특효 치료법은 없어 감염되면 일단 안정과 고단백 식이요법, 충분한 포도당의 공급이 필요하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헌주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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