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대구시가 박수를 받지 못한 이유

대구 음식물 쓰레기 처리중단 사태가 12일 만에 일단락됐다.

민간처리업체들이 "시민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칠 수 없다"며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결과를 두고 대구시는 다소 고무된 모습이다. 한번 내세운 원칙을 지켰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구시가 업계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은 예전과 확실히 달랐다. 시민들이 기억하는 시는 업계의 단체행동에 끌려다니다 결국에는 쌈짓돈까지 내주고 어쩔 수 없었다고 얼버무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지일관 공공처리시설 증설의 불가피함을 내세우며 버텼다. 업체들은 제대로 된 협상조차 해보지 못한 채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대구시는 과연 이번 사태의 '승자'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사태의 발단부터 살펴보자. 업계의 반발은 시의 일방적인 음식물 쓰레기 공공처리시설(300t 규모) 증설 계획으로 촉발됐다. 시는 2013년부터 금지되는 음식물 쓰레기 해양투기에 대처해 민간보다는 공공처리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게 지난해 10월이다.

그러면서 한쪽으로는 업체들에게 음식물 쓰레기 폐수 수분 함량률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업체들은 "시의 요구에 저마다 10억원 안팎을 투입했는데 시는 업체들에게 한마디 언급도 없이 민간처리 물량을 뺏어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동안 시가 보인 행동도 '무모한 일방통행'이었다. 시가 내놓은 대책은 공공처리물량 확대와 소각, 임시보관이 전부였다. 이를 위해 평소 처리용량(하루 200t)의 75%만 가동하던 신천하수처리시설 가동률을 200% 가까이 늘려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3분의 2를 처리했다. 과부하로 고장이라도 났다면 어찌 됐겠냐는 질문에 시 관계자는 "며칠 만에 거리에 쓰레기가 넘쳤을 것이고, 결국은 업체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행히 음식물 쓰레기 처리중단 사태는 무사히 일단락됐다. 하지만 대구시의 꼼수와 원칙 강요, 극단적인 버티기를 지켜본 여타 공공분야 참여 민간업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대구시를 믿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행정 불신이 지역 업계에 번지기라도 한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대구시가 상황 무사 종료를 아무리 자화자찬해도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는 힘든 이유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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