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가 정말 뉴욕에 와있구나…' 방금 잠에서 깨 침대 위에서 눈을 감은 채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새벽 일찍부터 공사현장에서 돌아가는 기계소리, 시끌거리는 인부들 소리마저 오늘만큼은 내 귀를 즐겁게 했다. 뉴욕에서 맞이하는 첫 아침, 화요일이다. 첫날 저녁엔 그 유명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오페라의 유령'을 보기 위해 마제스틱 극장으로 향했다. 공연은 세계적인 명성답게 너무 훌륭했다. 배우들의 연기, 가창력, 무대장치, 오케스트라 연주는 애틋한 스토리와 하나가 돼 내 두 눈에 눈물을 만들었다.
수요일엔 뉴욕의 부자들이 산다는 업타운으로 향해 록펠러센터 전망대에서 저녁 풍경을 바라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전망대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그냥 입이 쫙 벌어졌다. 위엄있게 서 있는 수 많은 고층 빌딩과 그 때문에 조금 답답한 마음을 단번에 씻어주는 푸른 센트럴 파크, 몇 대의 페리가 돌아다니는 허드슨 강의 풍경, 검지 손가락만한 크기로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까지 너무나 완벽한 그림이었다. 흐린 날씨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거대하고 멋진 풍경을 내 머릿속, 가슴속에 오랫동안 새기고 싶어 보고 또 보고 사진도 여러 번 찍다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왔다.
목요일엔 철강으로 만든 최초의 다리인 브루클린브리지를 걸으며 맨하탄 야경을 보기로 마음 먹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다리를 향해 걸어가는데 곳곳에서 들리는 음악소리와 엄청난 사람들로 무슨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알고 보니 브루클린 다리 완공 125주년을 기념하는 축제. 때문에 다리 위를 걸을 수 없게 돼 조금 아쉬웠지만 뜻 깊은 축제의 현장에 있다는 사실에 자위하며, 일몰 속의 다리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금요일은 그랜드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타고 디아비콘(Dia:Beacon)이라는 미술관을 찾았다. 허드슨 강변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들은 어느 부분을, 어느 위치에서 보나 하나의 그림 엽서였다. 너무 아름다운 풍경에 잠시 모든 생각을 내려놓고 고개가 아플 정도로 창밖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숙소로 돌아와서는 따뜻해진 날씨에 맞게 옷을 가볍게 갈아입고 브라이언트 파크로 갔다. 체스 두는 할아버지들, 가방을 베개 삼아 잔디에서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 이이들과 나들이 나온 가족들 모두 너무 평화로워 보였다. 높은 빌딩만 상상했던 미드타운이었는데, 문명과 자연과 문화가 공존하는 뉴욕이 오늘따라 더 매력 있게 보였다.
토요일 오전에는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 위해 스탠튼 섬으로 가는 페리에 몸을 실었다. 강바람이 많이 차긴 했지만 허드슨 강 위에서의 맨하탄의 풍경과 오늘따라 너무 깨끗한 하늘, 그리고 TV나 책에서만 보던 자유의 여신상을 바라보니 '세상의 중심에 서다'라는 말이 저절로 생각났다.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고 나와 내 눈에 보이는 이것들만 존재하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 가슴을 벅차게 했다.
마지막 날인 일요일엔 아침 일찍 서둘러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컬럼비아대학교로 향했다. 지하철에서 잘못 내려 할렘까지 더불어 구경하고, 대표적인 미국인의 아침 식사인 베이글과 커피를 손에 들고 학교에 도착했다. 오늘 날씨는 내가 머문 날 중 최고였다. 졸업식이 있었는지 졸업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사진 찍는 모습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도서관 앞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맞으며 아름다운 캠퍼스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베이글을 먹었다. 신나게 캠퍼스를 둘러보고 나서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세인트 존 더 디바인 성당(The Cathedral Church of Saint John the Divine)'을 찾았다. 마침 미사 중이라 잠시 구경하고 멋진 파이프오르간 연주까지 들었다.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와 집을 꾸리고 뉴욕에서의 일정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아쉬운 마지막 밤을 보냈다.
김예영(27·경산시 삼풍동)
뉴욕여행 팁
뉴욕시의 지하철 탑승을 위해서는 토근을 구입(지하철역 판매 부스)해야 한다. 토큰 판매원은 이상의 지폐는 받지 않는다. 뉴욕시티의 지하철은 뉴욕시티 트랜짓 오소리티(New York City Transit Authority)가 운영한다.
뉴욕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한 지하철 시스템 가운데 하나로 4개 독립구와 연결된 714트랙마일에 이른다. 정거장 수는 468개. 러시아워에는 2~5분, 낮시간에는 10~15분, 자정~새벽 5시 사이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다. 뉴욕 지하철 중 렉싱턴 에비뉴역(Lexington Avenue Station)은 우리가 광고 등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마를린먼로의 하얀색 원피스의 치마를 펄럭이게 했던 바로 환풍구가 있던 바로 그 역이다.
표-노스트웨스트항공 부산~뉴욕 왕복 스케줄
출발일=매일/하루 1편
부산출발 11:35 동경 미네아폴리스 뉴욕도착 22:58 또는 부산출발 11:35 동경 디트로이트 뉴욕도착 15:14
뉴욕출발 11:35 미네아폴리스 동경 부산도착 20:45(~+1분) 또는 뉴욕출발 09:00 디트로이트 동경 부산도착 20:4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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