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집권 석 달

지난 5월 22일 MBC FM '정오의 희망곡 정선희입니다'에서 진행자인 개그우먼 정선희는 이런 코멘트를 했다. "아무리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애국심을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하지만 환경오염을 시키고 맨홀 뚜껑을 가져가는 사소한 것들이 사실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범죄라고 생각한다. 작은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큰 것만 생각하는 것도 모순인 것 같다."

네티즌들의 반발은 즉각적이고 거셌다. 촛불시위를 비하했다는 이유다. 온갖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정선희는 눈물로 사죄했다. '정오의 희망곡'에서 물러났다. 뿐만 아니라 MBC의 다른 프로그램인 '이재용 정선희의 기분 좋은 날' '불만제로'에서도 사라졌다.

이 정도면 불특정 다수의 집중 공세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다중의 위세를 몰아 정상적인 입에 자갈을 채우려는 사회가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선희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정선희에게 잘못이 있다면 미친 소처럼 휘몰아가는 광풍노도를 의식하지 않은 데 있다. 방송을 이용하는 인텔리들도 그 광풍 속에 놀고 있음을 간과한 데 있다. 그리고 집권 석 달 만에 흔들흔들하는 지극히 한심한 정부를 만난 데 있다.

촛불집회에서 찧고까부는 연예인은 독립투사, 민주투사라도 된 양 으쓱댄다. 이른바 공영방송은 촛불집회에 신이 나 죽겠다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딱하게도 '보수골통'들이 다시 나섰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불장난을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데게 된다"며 촛불집회와 공영방송 등을 비판했다. 언론인 조갑제씨는 촛불집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교사와 부모들은 "청소년을 포르노 영화관이나 호스티스가 있는 술집으로 데려간 격"이라면서 "청소년들이 법질서 파괴를 실습하고 있다"고 통박했다. 정부가 해야 할 말을 욕을 먹으면서 하고 있다. 정선희는 못난 정부 때문에 억울하게 당했다.

대통령이 왜 자신이 대통령이 됐는지를 모른다면 큰일이다. 전봇대 옮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노무현은 집권하자마자 대북 송금건 등을 빌미로 DJ의 수족들을 몽땅 잡아넣고 DJ를 입 닫게 한 재주라도 있었다. 요직에서 보수 우파를 몽땅 들어낸 재주라도 있었다.

김재열 심의실장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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