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 사진집 발간한 이재갑씨

"피해자·유가족의 恨 알리고 싶어"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여름 경산 코발트광산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실체에 대해 사진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유가족들이 느꼈을 서러움과 한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자 사진 자료집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경산 코발트광산 민간인 학살사건과 관련, 12년 동안 작업한 사진을 묶어 '잃어버린 기억'이라는 제목으로 사진 자료집을 출간한 다큐사진작가 이재갑(42)씨. 그가 낸 사진집은 경산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사건에 대한 첫 사진 자료집이다.

이씨는 "1996년 2월부터 근대건축물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의 잔재를 카메라에 담던 중 만나게 된 3천500여명의 민간인이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산 코발트 광산 사건 현장에서 아무렇게나 널려 있던 유골 등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칠흑같이 깜깜한 코발트 광산 내부에 흩어져 있던 유골을 밟으며 충격을 받은 후 동행했던 유족회 회원으로부터 사건 전모를 듣고 이 작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말문을 텄다.

그는 단순히 이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 현장과 유족회의 활동 사진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이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겪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한을 사진으로 기록하여 많은 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유가족들을 수없이 만나 그들의 한과 아픔을 들었지만 막상 사진을 촬영하려면 얼굴이 굳어지거나 촬영 그 자체를 거부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유족들이 참여하는 위령제와 각종 행사에 동행하고 그 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1년여을 기다린 끝에 마음을 열자 원하는 표정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가족에 대한 설득보다 나 자신이 왜 이 작업을 해야 하느냐에 대한 확신과 당위성을 찾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며 "이 작업은 호흡이 길어야 하는 일이기에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랜 기간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 작업 후, 희열과 기쁨을 맛볼 줄 알았는데 마음이 더욱 착잡해지고 할일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사진 입문은 고교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교(대구상고) 재학시절 응용미술반 동아리 활동시 암실에서 현상액에 인화지를 넣자 상이 맺히던 순간을 잊을 수 없어 사진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계명문화대(전 계명전문대) 사진과 첫 입학생이 되어 졸업 후 광주대와 상명대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현재 예림사진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인하대와 부경대 등에 출강하며 학생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다. 그동안 개인전으로는 '무대 뒤의 차가운 풍경'(1991년) '혼혈인-내안의 또 다른 초상'(1997년) '식민지의 잔영'(2000년) '또 하나의 한국인'(2006년)전을 열었고, 뉴욕 현대미술관 별관에서 '영속하는 순간들-한국과 오키나와, 그 내부에서의 시선들'(2004년)전을 비롯해 다수의 초대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 밖에도 개인 사진집 '또 하나의 한국인'(2005년)과 그룹 사진집 '눈 밖에 나다'(2003년) '사람들 사이로'(2007년) 등을 펴냈다.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돈보다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본질적 의미를 일깨워 주는 것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의미있고 가치있는 사진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도농복합도시의 '기형도시'를 촬영하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문의 053)815-6767.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