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식 원장(명진 BS치과)은 치과의라는 전문가의 정성을 이웃에 나누어주는 사람이다. 소문을 듣고 불쑥 찾아갔더니 진료 중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둘러본 원장실 창틀에는 감사패가 많았다. 관련학회나 의료단체에서 준 게 아니라 사회복지법인에서 준 감사패였다. 책상 옆에 놓아둔 종이상자에는 몇묶음의 감사편지, 연하장, 사진들이 가득했다. 동행했던 사람이 틈날 때마다 편지를 꺼내 읽는다고 귀띔해 주었다.
박 원장은 오랜 세월 나누며 살아왔다. 여기저기 뭉텅이 돈을 척척 내놓은 게 아니라 치과의라는 전문가의 솜씨를 나눈 것이다.
치열이 비틀어지거나 턱 돌출로 입이 튀어나온 아이들, 치아가 몇개씩 없는 아이들, 그럼에도 부모 없이 복지시설에 살고 있어 치료할 수 없었던 아이들…. 그가 치과전문의의 사랑을 나눠준 사람들이다. 상자 속 편지와 연하장은 치료를 받았던 복지시설 아이들이 보낸 것들이었다.
어떤 아이는 2, 3년 치료를 받았고, 8년째 치료받는 아이도 있다. 입이 툭 튀어나와 바깥나들이를 꺼리던 아이가 치료를 받고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는 경우도 있다.
치아교정은 단순히 배열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 아니다. 발음도 바로잡고, 얼굴도, 마음도 바로잡는다. 박 원장은 비틀어질지도 모를 아이의 삶을 치료하는 셈이다. 자신의 입 모양이 싫다며 입을 꾹 다물고 지내던 아이가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볼 때 밀려오는 기쁨을 어디에 비길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박 원장은 단 한마디도 자신의 이웃돕기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이쪽에서 말을 꺼내면 '에이, 별일 아닌데…'라며 화제를 돌렸다. 그는 시종 일상의 농담과 점심으로 주문한 칼국수의 맛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었고, 입을 열어 말하는 대신 시종 즐거운 미소를 짓는 사람이었다. 그는 다만 '치료를 마치고 나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중년의 남자답지 않게 천진하고 맑은 미소를 가졌다. 그 얼굴이 하도 생기발랄해서 '사람이 마흔을 넘기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저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었다. 그 낯빛과 미소 속에 그가 살아온 날들,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듯했다. 그의 봉사활동을 오래 지켜본 한 시인은 "치과 치료를 받은 아이들이 저 미소만큼 맑게 웃는다고 상상해보세요"라고 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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