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李 특별기자회견 "뼈저린 반성"…사과 강도 높아져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국민 앞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식탁에 오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않은 데 대해 '뼈저린 반성'도 했다. 청와대에서 수없는 자책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새 출발'을 다짐하며 다시 한번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의 쇠고기 협상이 사실상 타결돼 이날 회견이 국정 운영 국면 전환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쇠고기 사태에 대해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다", "자신보다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국민 설득을 위해 이성적 접근보다 감성적 접근을 했다.

사과의 강도가 한달 전 '송구'에서 '뼈저린 반성', '자책'으로 높아진 셈이다.

쇠고기 협상을 서두른 이유가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연내 처리를 위한 통치자로서의 고뇌에 따른 것이란 얘기도 했다.

대운하에 대한 '고집(?)'도 접었다. '국민의 반대'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회견이 나비효과처럼 번져 국토해양부에 대운하 사업 추진 중단이란 태풍이 몰아쳤다.

공기업 개혁에 대해서는 "민영화보다 선진화가 좋겠다"면서 추진 의지를 밝혔다. "정부가 소유하면서 경영을 선진화하는 공기업도 있고, 통합할 수 있는 공기업도 있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민영화한다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한나라당이 약속한 가스 전기 수도 의료보험 민영화는 '안한다'로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규제 개혁과 교육 제도 개선은 추진하겠다고 했다.

인적 쇄신과 관련해 이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진을 몽땅 바꾸는 수준으로 언급했다. 내각은 국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청와대 비서진 개편 이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장관을 바꾸면 경제 장관의 경우 한달마다 바꿔야 한다며 강 장관에게 신임을 보냈다.

'촛불'에 대한 비판,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문제 제기, 국회 개원 주문 등은 관측과 달리 피했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마당에 다른 말을 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회견에 배석한 청와대 비서진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부분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사여서인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새출발하는 정부를 믿어달라는 얘기를 거듭했다. 4개월여의 국정 운영 미숙은 없던 일로 해주면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 낮은 자세로 임할 테니 국민들이 도와 달라는 호소이기도 했다.

국정 쇄신을 향한 이 대통령의 첫 행보에는 일단 긍정적 반응이 많다. 쇠고기 협상도 사실상 타결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으로 국정 난맥상이 반전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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