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반도 대운하 포기…쇠고기 민심 달래기 희생양?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사실상 한반도대운하추진 포기의사를 밝혔고, 국토해양부가 운하사업준비단을 해체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발언 배경=이날 이 대통령의 대운하 언급은 쇠고기파동으로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 친 상황에서 대운하를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대운하 포기를 통해 이반된 쇠고기민심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대운하를 추진할 동력은 광우병 촛불집회를 계기로 완전히 상실됐다. 촛불집회에서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오면서 대운하가 촛불집회를 지속시킬 새로운 논란거리가 될 조짐을 보이자 서둘러 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의 대운하 관련 언급은 지금까지 국정운영에 대해 반성하고 향후 민심을 반영해 나라를 이끌고 나가겠다고 발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성급하게 개혁과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점을 반성하고 앞으로는 국민의 뜻을 존중해 나라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발언의 취지에서 "국민들이 반대하면 대운하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의사는 이미 당정협의과정을 통해 조율된 사항이다.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운하와 공기업민영화 등의 민감한 사업들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운하 운명은?=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대운하 추진을 완전히 포기했다고 믿는 것 같지는 않다. 국민지지도가 회복되는 시점에 이 대통령이 다시 대운하 추진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없지않기 때문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대운하 대신 대구경북 등 영남권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낙동강운하 추진도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대운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이 낙동강운하에 대해서도 "대운하사업의 포장만 바꾸었을 뿐"이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어 눈치를 보지않을 수 없다.

그러나 대운하추진과 완전히 성격을 달리한 '낙동강 치수사업'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사업에 대해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금은 치수사업추진 여부도 언급할 시기가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해양부 등 정부 일각에서 대운하 사업에 대한 '불씨'를 꺼트리지 않으려는 의지도 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당장 국민 여론을 감안해 포기선언을 했지만 추후 여론 향배에 따라 재추진에 나설 수 있는 여지는 열어둔 것이다. 권진봉 해양부 건설수자원정책실장은 "국민 반대여론이 심해 보류하는 것이지만 대운하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명규 의원 등 지역의원들은 한반도 대운하는 하지 않더라도 낙동강 물길복원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이 의원은 대운하는 낙동강 물길복원사업과 전혀 다른 사업이라고 전제하고 "낙동강의 평소 수심이 1m도 채 되지 않는다"며 "지금 상태로는 이수는 고사하고 치수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경·예천이 지역구인 이한성 의원은 지역주민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이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문경에서는 대운하가 아닌 치수사업에는 크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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