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배고팠던 시절, 썩은 감자도 겨우 먹었던…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 계시지만 우리 아버님께서는 전쟁을 겪고 자라서 그러셨는지 유난히도 감자를 싫어하셨답니다.

감자찌개나 감자볶음조차도 고개를 저으며 맛도 보지 안으려 하셨고 특히 감자를 쌀 위에 올려서 한 감자밥은 기겁을 하며 싫어하셨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아버지가 이해가 안되었지만 그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그렇게 감자를 싫어하게 된 건 전쟁통에 배는 고프고 먹을 게 없어 겨우 찾아 먹은 게 감자인데 억지로 먹기는 먹었는데 썩은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질려버려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싫어하셨지만 우리들은 감자를 꽤 잘 먹는 편이었던 건 어머니께서 감자요리를 많이 해주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유난히도 울퉁불퉁 생겨 못생기면 감자같이 생겼다는 등, 폭탄감자, 못난이 감자, 뜨거운 감자 등 감자를 비유해서 쓰는 말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감자가 그만큼 요리에 다양하게 쓰이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먹기 때문에 나온 말들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감자에는 녹말, 무기질 등 필수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있어 몸에 좋으나 싹이 돋은 부분은 솔라닌이란 독성이 있으므로 식중독에 주의해야 합니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가 싹튼 부분을 많이 먹어 본인도 모르게 식중독을 경험했기에 유달리 감자를 싫어하지 않으셨나 생각이 듭니다.

곽기선(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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