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강철중은 넥타이를 맨 검사보다는 꾀죄죄한 옷에 털도 안 깎은 거친 이미지의 '꼴통 형사'가 더 어울린다.
이 세상 악은 영악해지는데 정의는 그들을 따라잡을 수 없을 때, 계급장 떼고 맞붙는 선과 악의 대결이 '공공의 적'의 기본 스토리다. 관객은 공공의 적을 혼자 쳐부수는 이 '꼴통'을 통해 대리만족과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강철중은 2편에서 검사로 선회했다가 3편에서 다시 강동경찰서로 되돌아왔다. 제목도 1편을 이어받는 의미로 '강철중:공공의 적 1-1'이다.
1편에서 부모도 죽이는 패륜아에 악질인간(이성재), 2편에서는 폭력과 살인교사, 거액의 로비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에 집착하는 사학재단의 악질 재벌 2세(정준호)가 공공의 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깡패다.
거성 그룹의 회장 이원술(정재영)은 겉으로는 번듯한 사업가다. 그러나 고교생들을 깡패로 양성해 해결사로 써먹는 악질 깡패다. 학교의 싸움 짱들을 꾀어 사시미 칼을 쥐여주고 살인을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그는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주말농장에서 아들과 단란하게 보내는 착실한 가장이다.
반면에 15년차 형사 강철중(설경구)은 남은 거라곤 달랑 전세 집 한칸. 전세금 대출받는 것도 쉽지 않다. 성질은 살아 은행에서 '깽판'도 친다. 사표까지 내보지만 반장(강신일)은 사건 하나만 해결하면 수리하겠다며 그를 사건 현장으로 내몬다.
그 사건이 이원술의 사주를 받아 도축장 살인사건을 저지른 학생이 교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사건이다. 어린 학생들의 뒤에 '거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룸살롱과 식당, 재건축현장 등 이원술의 사업장마다 나타나 훼방을 놓는다. 독한 놈과 나쁜 놈의 대결이 시작된다.
전편들의 치열한 대결에 비해 3편은 훨씬 부드럽고 유들유들해졌다. 강철중은 구차스럽지만 좀 더 실감나는 생활인 형사로 등장하고, 공공의 적 이원술도 치를 떨 정도로 사악하다기보다 그 또한 생활인 깡패로 나온다.
깡패 똘마니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 강철중. 칼에 맞아도 마취 없이 꿰매고, 나쁜 놈의 안방에까지 찾아가 밥을 얻어먹고, 주말농장에 찾아가 주먹질도 서슴지 않는다.
이원술도 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깡패짓밖에 없는, 그것을 폼 나게 해보겠다는 깡패다. 나름대로 철학이 있어 칼 하나 달랑 들고 거대조직에 쳐들어가 태산(문성근)과 담판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3편은 유머가 보강됐다. 강철중의 능글능글함도 그렇지만, 이원술의 캐릭터가 입체감이 넘친다. 태산을 만나고 나오면서 "오줌 싸겠다. 빨리 가자"라는 말은 유머를 넘어 처절하게 살아야 하는 그의 생활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재영의 진득한 전라도 사투리가 영화를 살리고 있다.
특히 톡톡 튀는 대사들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걸프전 때 태어났다고 서클이름이 '걸프'라고 하자 "그럼 나는 월남이냐?"라는 대목 등이 그렇다. 시나리오를 맡은 장진 특유의 재치다.
이외 강철중의 '밥'이자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인 산수(이문식)와 용만(유해진)이 돈 잘 버는 노래방 주인과 식육점 사장으로 나와 맛깔스런 연기를 펼친다.
'공공의 적'에 대한 개인적 원한이 약한 점이나, 힘든 경찰에 대한 구구절절한 대변은 눈에 거슬린다. 그렇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는 말처럼 이번 작품으로 한국영화의 침체를 털어보겠다는 강우석 감독의 열의는 엿보인다. 3편 시리즈 중에서 오락성이 가장 강하다. 127분. 15세 관람가.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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