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태의 중국이야기] 中, 북한보다 우리와 친해질까?

중국 국가권력서열 6위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다. 17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그는 북한과의 우호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일관된 방침임을 천명했다. 중국 차세대지도부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 국가부주석 취임 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북한을 선택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표면상으로는 성화 봉송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전폭적인 지지와 아리랑공연단까지 동원한 융숭한 환대에 대한 화답이고, 미력하나마 쓰촨 대지진 발생 후 보여준 북한의 동지애에 대한 보답이다.

그러나 올림픽을 앞둔 시기, 국난 중에 있는 중국 상황을 감안하면 단순한 감상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분분한 해석들 가운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의 복원'이라는 내용이다. '동북아평화'를 이야기하는 중국 언론과 '경제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북한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양자의 목적이 올림픽과 경제라는 엇박자를 보이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2000년 이후 수차례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의 '잠 못 이루는 밤'에 대한 결론이다. 다시 말해 북한이 중국식 발전모델을 수용한다는 의미이고, 중국은 전통적 우호협력관계의 복원이라는 중국식 표현으로 화답한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라는 것은 무엇인가? 보편적인 국제법에 따르면 모든 국가는 독립된 주권을 가지며, 상호관계는 "외교(外交)"로 정의된다. 그런데도 중국은 국가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데 다양한 용어와 수식어를 사용하여 구분 짓고 있다. 단순관계, 선린우호관계, 동반자관계, 전통적 우호협력관계, 혈맹관계가 그것이다. 전통중국의 이야기를 덧붙이면 이해가 쉽다. 중국의 고서 '상서(尙書)'와 '주례(周禮)'에 보면 오복도(五服圖)라는 것이 나온다. 천자가 거주하는 왕조의 중심과 각 제후국 간의 관계를 멀고 가까운 정도에 따라 5단계로 구분하여 놓은 소위 중화세계질서 구상도가 있다. 천자가 거주하는 지역(王畿)을 중심으로 사방 500리씩 거리를 두고 전복(甸服), 후복(候服), 수복(綏服), 요복(要服), 황복(荒服)으로 구획하였다. 전복은 왕조의 직할지이고, 후복은 왕조의 근친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수복은 왕조의 먼 친척과 인척들이 거주하며, 요복에는 왕조에 속한 신하들과 왕조에서 방출된 죄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황복은 명의는 왕조에 속하지만 오랑캐가 거주하는 지역이다.

이들 구분법에 따르면 전복과 후복은 가족에 해당되고 나머지는 멀고 가까운 차이는 있지만 남이다. 이를 현재 중국이 설정한 국가관계구분에 적용하면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나 혈맹관계는 전복, 후복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와의 교류는 외교가 아니라 "내교(內交)" 즉 가정사 수준에서 다루어진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이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복원한다는 것은 양자관계를 가정사로 처리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부자지간 또는 형제지간처럼 조건 없이 전폭적이고 포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이다. 식량을 비롯한 경제와 핵무장이 해제된 후의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중국의 외교방식이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다 한다. 외국대표로서는 최초로 지진 피해현장도 방문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한중 간의 관계는 동반자관계를 넘어서 북중 간의 관계처럼 발전할 수 없다. 중국이 지진피해현장에 건설회사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을 초대한 의미를 잘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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