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는 커피 천국' 대구사람도 몰랐네!

누구나 커피 한잔의 추억은 갖고 있게 마련이다. 20여년 전 자동판매기에서 100원을 넣고 뽑아먹던 달착지근한 커피, 첫 미팅에 나가 사이폰(Syphon·커피를 추출하는 기구)에서 흘러내리는 원두커피를 보며 내심 신기하면서도 촌티를 내지 않으려고 무심한 척했던 기억, 그리고 한끼 밥값보다 비싸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쓰린 속을 달래던 추억까지. 옛날 다방커피의 추억은 사라진 지 오래고 이제는 커피 전문점에서 핸드드립이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뽑아내는 신선한 커피의 향기를 즐기는 시대가 됐다. 와인 애호가처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그저 즐기는 단계를 벗어나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겠다는 사람도 많다. 일자리 구하기도 쉽지 않은 요즘, 자그마한 커피 전문점 하나 열고픈 꿈을 가진 주부도 적지 않다. 커피 가게가 말처럼 쉬울지, 그리고 돈이 되는 장사일지는 의문이다. 그 세계를 들여다보자.

◆커피 프랜차이즈의 천국, 대구

대구는 가히 커피 프랜차이즈의 천국으로 불린다. 흔히 알고 있는 유명 브랜드 커피점뿐 아니라 대구에서 출발해서 뿌리를 내린 토종 프랜차이즈만 대표 브랜드가 5개나 된다. 대구에서는 너무 유명한 탓에 서울 브랜드가 아니냐고 오해를 살 정도인 다빈치 커피를 비롯해 슬립레스인시애틀, 커피명가, 핸즈커피, 안에스프레소 등 5곳이 토종 브랜드 '빅 5'로 꼽힌다. 이들이 가진 대구시내 체인 매장만 120여곳. 전체 커피 전문점 점유율의 70%에 해당하는 수치. 이 밖에 소규모 브랜드나 개인 점포까지 합치면 대구에만 원두커피 전문점이 200여곳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테이크아웃, 즉 매장 내에서 마시지 않고 일회용 용기에 커피를 포장해서 판매하는 전문점까지 합치면 400곳에 이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최소한 대구에서는 별다방 '스타벅스'나 콩다방 '커피빈'이 말 그대로 동네다방마냥 마이너 신세인 셈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한다. 먼저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대구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토종 브랜드가 도심과 대학가 등 요지를 선점했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면서 원두커피의 저변을 확대시켰으며, 대구의 특성상 도심이 동성로 한곳에 밀집돼 이후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차지할 공간이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것.

원두가공 전문업체인 (주)앤디스코나 안성용(46) 대표는 "양질의 원두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최근 들어 크게 늘면서 커피 전문점들이 도심뿐 아니라 주택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서공단에 자리 잡은 앤디스코나는 한해 생두만 약 50t을 수입해 가공하는 업체로 고속도로 휴게소 내 커피 전문점 '프렌치 키스'와 서울 지하철역사 등에 원두를 공급하고 있다. 안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두가공업체로부터 볶은 커피원두를 납품받아 사용하고 있다"며 "저마다 양질의 커피를 쓴다고 말하지만 원가를 줄이기 위해서 비교적 품질이 떨어지는 원두를 많이 섞은 블렌딩 커피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달라지는 커피, 유행하는 커피

원두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잔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구멍가게만한 소규모 테이크아웃점에서 파는 것은 1천500원짜리도 있고, 분위기도 괜찮고 나름대로 양질의 커피를 공급한다는 유명 커피 전문점에서는 5천원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료만으로 이렇게 값 차이가 나는 것일까?

우선 커피는 크게 나눠서 로브스타와 아라비카 두 종류라고 볼 수 있다. 비교적 값이 싸고 품질도 다소 떨어지는 편에 속하는 로브스타는 거의 전량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쓰인다.

흔히 말하는 원두커피는 아라비카종으로 만들어진다. 추출방식과 원산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는 해도 그 뿌리는 아라비카종이다. 예전에 '다방 커피'라고 부르던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커피는 한꺼번에 수십 잔 분량의 원두를 갈아서 핸드드립식으로 내려받은 뒤 따뜻하게 데워두었다가 한잔씩 나눠서 팔았다. 요즘 커피 전문점은 이렇게 만들지 않는다. 손님의 주문에 따라 한잔씩 즉석에서 핸드드립으로 뽑아주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커피를 추출한 뒤 손님 기호에 맞춰 적당량의 물을 섞어(아메리카노) 내놓는다. 물을 섞지 않고 진한 원액 그대로 마시는 것이 에스프레소다. 대개 에스프레소에서 커피를 추출할 때에는 커피점 나름의 특색을 살린 블렌딩 커피를 쓴다. 신맛과 쓴맛, 고소한맛 등이 적절히 어우러져서 가게 특유의 커피맛을 내는 것이 비법인 셈이다.

기존 블렌딩 커피에 만족하지 않고 단품종 고유의 맛을 즐기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흔히 알고 있는 블루마운틴, 케냐AA, 킬리만자로 등이 그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 커피 이름은 커피 종류라기보다는 생산국가에 따른 브랜드 이름이다. 아라비카종의 커피나무가 곳곳으로 퍼져나가면서 교배를 통해 맛이 조금씩 달라지고, 산지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따라 색다른 특징을 갖게 된 것. 가령 블루마운틴은 자메이카, 슈프리모는 콜롬비아, 산토스 No.2는 브라질, 케냐AA는 케냐, 킬리만자로는 탄자니아, 만데린은 인도네시아, 하와이안 코나는 하와이, 예가치프는 에디오피아, 모카하라와 모카마타리는 예멘 등 주요 커피 생산국에 따라 최고급 품질의 커피에 붙인 브랜드 이름이 흔히 알고 있는 커피 종류다. 이 밖에도 커피 종류는 수없이 많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커피 한잔의 가격

원두커피 한잔의 원가는 얼마나 될까? 사실 원가를 계산하기는 쉽지 않다. 커피의 종류도 워낙 다양한데다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는지, 어떤 장소에서 판매하는지에 따라서도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다른 변수는 제쳐 두고 커피 한잔만 놓고 가격을 따져보자. 이처럼 커피를 발가벗긴 적나라한 가격은 웬만한 커피 마니아나 커피 전문점 관계자들이 아니면 알아내기 힘들다.

그 때문에 지금부터 계산하는 가격은 대략적인 추정치일 수밖에 없다. 국내에 들여오는 커피는 생두 형태, 즉 볶지 않은 상태로 수입된다. 중간 이하 정도 가격대를 형성하는 품종의 경우, 1㎏당 6천원이 채 안 된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은 볶지 않은 생두 가격만 1㎏에 9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를 수입해서 판매한다해도 가격이 워낙 비싸지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맛보기는 힘들다. 커피는 볶고 나면 무게가 20%가량 줄어든다. 그 때문에 볶은 원두 1㎏을 만들려면 생두는 20% 정도 더 드는 셈이다. 제법 규모가 큰 원두 생산공장에서 볶은 원두를 갈지 않은 상태로 공급할 경우, 1㎏당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블렌딩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도매로 넘길 경우에는 1㎏당 1만5천원 이하, 일반 매장에는 1만8천~2만5천원, 백화점·소매점 등에서는 3만~4만원에 판매된다. 생산공장과 소매 사이에는 한두 단계의 중간상이 있는 경우도 많다. 비교적 양질의 커피를 가정할 때 커피 전문점에서 1㎏당 약 3만원에 공급받는다고 치자. 커피 한잔을 뽑는 데 필요한 원두는 대략 10g. 계산 편의를 위해 10g으로 보면, 한 잔당 원두만의 가격은 300원꼴이 되는 셈이다.

◆커피숍, 한달에 얼마나 벌까?

흔히 '물장사 치고 남지 않는 장사가 없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커피를 놓고 보면 원가 300원짜리를 3천, 4천원씩 받는 셈이니 엄청난 마진이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대구시내 한 커피숍을 가정해보자. 커피 한잔 가격을 3천원으로 볼 때 하루 100잔을 판다면 매상은 30만원이 된다. 한달 꼬박 이런 장사를 한다면 월매출액은 900만원. 이 중에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른다. 실제 원두 가격보다 우유, 아이스크림 등 각종 첨가제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적잖다고 커피 전문점 관계자들은 말한다. 남는 돈은 720만원. 이 중에 점포 매니저 및 아르바이트생 월급 300만원과 월세 및 전기·수도요금 200만원을 빼고 나면 순수익은 220만원이 된다. 하지만 이 돈이 점주에게 돌아가는 순수익은 아니다. 처음 가게를 열 때 든 투자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도심의 경우, 인테리어 비용만 3.3㎡(1평)당 200만~250만원. 66㎡(20평) 가게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4천만~5천만원이 드는 셈이고, 여기에 임대를 할 경우 점포 보증금이 필요하고 아울러 기존 점포를 인수한다면 권리금까지 든다. 적어도 1억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발생한다. 1억원에 대한 은행 이자를 감안한다면 월평균 70만원을 빼야 하고, 게다가 인테리어 비용에 대한 감가상각까지 감안하면 순수익은 이보다 훨씬 떨어지게 된다. 이보다 훨씬 잘되는 커피점은 어떨까? 업계 전문가들은 대구 시내에서 그나마 잘되는 커피숍도 하루 300잔 이상 팔기는 어렵다고 한다. 300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매출액은 2천700만원에 이르지만 그만큼 점포 면적이 커지고 종업원 수도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지출도 많아지는 셈이다. 한 커피점 주인은 "특히 대구의 경우 커피 프랜차이즈가 늘면서 포화상태로 접어들었다"며 "도심이 아닌 외곽 상권에 테이크아웃 전문으로 가게를 열 경우, 주인이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 맛있는 원두커피 즐기려면…

우선 갓 볶은 커피콩을 분쇄하지 않은 원두 상태로 구매해야 한다. 커피는 분쇄된 경우보다 원두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신선도도 뛰어나고 맛과 향을 오래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콩은 볶아서 바로 마시는 것보다는 볶은 지 2, 3일 정도 숙성 기간이 지난 뒤 사용하는 것이 커피의 풍부한 향과 좋은 맛을 느낄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대개 볶은 뒤 일주일 안에 소비하는 것이 좋지만 보관 방법에 따라서는 보름 정도까지 사용하는 것은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보름 이상 지나면 풍부한 향도 사라지고 커피 맛 중 쓴맛이 튀게 된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원두커피는 유통기간을 감안할 때 대개 볶은 지 열흘 이상 지난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향도 약하고 커피의 쓴맛이 강해진다. 헤이즐넛은 커피 본래 향이 아니며 개암나무 향을 커피에 입힌 것으로 주로 볶은 지 오래된 커피에 사용되는 편이다.

커피 포장을 뜯은 뒤에는 밀폐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온보다는 냉장 보관하는 편이 좋다. 커피 콩을 분쇄할 때는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핸드밀을 쓰면 된다. 그렇다고 굳이 핸드밀을 살 필요는 없다. 가정용 믹서나 도깨비 방망이 등을 사용해서 갈아도 된다. 커피 한 잔을 기준으로 할 때 적당한 커피량은 10g이다. 일단 분쇄한 커피는 바로 사용하는 것이 맛과 향을 훨씬 더 풍부하게 즐기는 비법. 물의 양은 200cc 정도가 적당하고, 온도는 91~96℃에 맞추는 것이 좋다. 앞서 용량은 가장 보편적인 기준이며, 자신이 즐기는 기호에 맞춰 커피와 물을 적당량 설정하면 된다.

도움말 칼디커피 대표 양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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