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기적은 갈수록 극적이다. '불굴의 투르크 전사' 터키는 믿기 힘든 결말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크로아티아를 승부차기로 제압, '역전의 화신'이 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4강에 올랐다. 사상 처음으로 준결승에 나서는 터키는 독일과 결승 진출을 다투게 됐다.
21일 오전3시45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잊지 못할 명승부가 펼쳐졌다. 행운의 여신은 고통 속에 탄생한 시나리오에 따라 크로아티아와 터키를 오가다 터키의 품에 안겼다. 터키는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준준결승에서 충격적으로 만들어진 1대1 무승부 후 승부차기에서 크로아티아에 3-1로 승리, 예선리그 스위스전과 체코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데 이어 다시 한번 보기 힘든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후반 득점없이 흘러 이어진 연장 후반 14분. 경기 종료 직전의 터키와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두 시간 동안 뛰느라 지쳐서 흐느적거리며 머리 속으로 승부차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때 크로아티아의 측면 공격이 가해졌고 터키 골키퍼 뤼스투 레치베르가 흐르는 공을 잡기 위해 엔드 라인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가 한 발 빨리 접근, 페널티 구역 오른쪽 라인 근처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이반 클라스니치의 헤딩 골이 터졌다. 레치베르가 비운 골문 쪽으로 달려왔지만 볼은 골망을 가르고 있었다.
누구도 크로아티아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골의 주인공 클라스니치는 교체 투입돼 들어간 뒤 영웅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다. 더구나 클라스니치는 심장 수술을 하는 시련을 딛은 선수였기에 더욱 빛나는 순간을 맞고 있었다.
하지만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이 일어났다. 적용된 추가시간이 다 흘러 주심이 휘슬을 불려는 찰나였다. 결정적인 실수를 한 터키 골키퍼 레치베르가 길게 골킥을 올렸고 이 볼은 크로아티아 문전에서 세미 센투르크에게 연결됐다. 센투르크는 크로아티아 수비수들 사이에서 빠른 슛 타임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슛, 극적인 동점 골을 뽑아냈다.
크로아티아 관중들과 슬라벤 빌리치 감독, 선수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고 터키 관중들과 파티흐 테림 감독,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서로 뒤엉켜 기쁨을 토해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승리의 기운은 터키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선축에 나선 크로아티아의 첫번째 키커 모드리치가 골문 바깥으로 볼을 날린 뒤 다리요 스르나가 성공시켰지만 세번째 키커 이반 라키티치의 슛이 다시 골대를 벗어났다. 터키는 아르다 투란, 센투르크, 하밋 알틴톱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켰고 지옥과 천당을 오갔던 터키 골키퍼 레치베르는 크로아티아의 네번째 키커 믈라덴 페트리치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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