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한 다매체예술가 이건용(66)씨는 한국 행위 미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960년대 후반부터 신체를 통해 현재의 시간과 공간을 탐구하고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1970년대 국립현대미술관, 상파울루비엔날레 등에서 선보인 신체드로잉과 퍼포먼스 등은 한국 개념미술 정립에 단초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봉산문화회관이 '예술이 도심을 재생하다' 세번째 프로젝트로 7월 6일까지 마련한 '이건용-나, 지금, 여기'전은 신체드로잉, 퍼포먼스, 설치작품으로 대변되는 작가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작가는 행위 예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예술가들이 일정한 형태를 만든 뒤 관객들에게 형태대로 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미술은 장소와 시간을 동시에 탐구하기 시작했으며 주변 환경을 예술 안으로 수용했다. 퍼포먼스는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들과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객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그의 예술적 경향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의자 빌려오기' 퍼포먼스에도 잘 나타난다. 작가는 반월당 주변 식당과 카페, 사무실에서 의자를 빌려와 전시장에 설치했다. 그동안 감상자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관객들은 의자에 앉아 퍼포먼스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며 예술 행위를 완성하는 하나의 주체가 된다. 시민들이 함께하는 '의자 빌려오기'는 봉산문화회관이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예술이 도심을 재생하다' 프로젝트와도 맞아떨어진다.
작가는 전시장 입구에 200호 크기의 대구 도심 항공사진도 설치했다. 대구 도심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관객들이 도심 전체 이미지와 호흡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또 그가 지난 13일 선보인 퍼포먼스 '달팽이 걸음'은 반문명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실 한쪽 구석에 맨발로 쪼그리고 앉은 뒤 발 앞 바닥에 좌우로 선을 그으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이 지나면서 좌우로 그어진 선 위에는 발 바닥이 남긴 흔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작가는 문명이 발달하면서 '빠름'의 미학이 지배하는 시대, 문명의 속도 대신 '느림'으로 표현되는 생명의 속도를 보여준다.
대구 중심 지하상가를 찍은 사진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신체드로잉 작품은 이건용 작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을 거쳐 탄생된다. 일반적으로 그리는 행위는 대상을 보고 뇌의 지시에 의해 손이 움직이는 과정을 거쳐 구현된다. 이때 신체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가는 기존의 틀을 과감히 허물고 새로운 것을 모색했다. 캔버스를 등진 채 손 작업에만 의존해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예술가의 몸은 도구가 아니라 표현자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053)661-3081.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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