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와 오래도록 인연이 없었던 스페인이 120분간의 공방을 득점없이 비긴 후 이탈리아를 승부차기로 4-2로 제압, 1984년 이후 24년만에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4강에 올랐다. 스페인은 거스 히딩크 감독이 놀라운 조화를 부리고 있는 러시아와 조별리그에 이어 준결승에서 만나게 됐다.
23일 오전 3시45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린 경기는 철벽 수비가 상대 공격을 봉쇄한 한 판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불안감을 드러내었던 이탈리아는 크리스티안 파누치와 지오르지오 치엘리니의 중앙 수비진을 중심으로 스페인의 공격을 차단했고 공격에 비해 약하다고 평가받았던 스페인의 수비도 카를레스 푸욜과 카를레스 마르체나가 강력한 방어벽을 형성, 이탈리아 공격진을 막아냈다. 그 중심에는 양 팀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수문장으로 평가받는 스페인의 이케르 카시야스와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부폰이 있었다. 이들은 때때로 터지는 날카로운 슛을 선방, 연장전까지 120분간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양상은 스페인이 우세했다. 짧은 패스로 이탈리아 진영을 잠식한 스페인이 공격 주도권을 쥐었고 특유의 역습 플레이를 노린 이탈리아는 볼 점유율에서 뒤졌지만 긴 패스를 찔러줘 순식간에 좋은 상황을 만들려 하며 공방전을 벌였다.
카시야스는 후반 16분 문전 혼전 중 이탈리아의 마우로 카모라네시가 날린 강슛을 몸을 날려 막아냈고 연장 전반 5분 안토니오 디 나탈레의 날카로운 헤딩 슛을 점프하며 쳐냈다. 부폰도 후반 35분 스페인의 마르코스 세나의 날카로운 프리킥 슛을 막아낸 데 이어 뒤이은 세나의 강력한 중거리슛을 잡아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카시야스가 부폰을 이겼다. 부폰이 선축에 나선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산티아고 카솔라, 세나에게 골망이 뚫린 반면 카시야스는 이탈리아의 파비오 그로소와 카모라네시에게 골문을 열어줬으나 2번 키커 다니엘레 데 로시와 4번 키커 나탈레의 슛을 막아냈다. 부폰은 4번 키커 다니엘 구이사의 슛을 막아냈지만 스페인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날린 슛을 막지 못해 결국 스페인이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전날 열린 8강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가 네덜란드를 연장전 끝에 3대1로 침몰시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안겨줬다. 러시아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으로 네덜란드를 압도하면서 후반 11분 로만 파블류첸코의 선제골로 앞서가다 경기 종료 4분 전 네덜란드의 뤼트 판 니스텔루이에게 동점 골을 내줬다. 그러나 연장 후반 막판 8분 동안 드미트리 토르빈스키와 안드레이 아르샤빈이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두 골을 뽑아내 히딩크 감독의 조국을 울렸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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