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동강 운하' 프로젝트 가능성은?

'지역의 젖줄 개선' 공감대 확산이 성패 열쇠

▲ 30여년 만에 복원된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을 둘러보던 주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황포돛배는 친환경적 수질개선과 뱃길복원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 지난달 30일 영산강 현지에서 석민기자
▲ 30여년 만에 복원된 황포돛배를 타고 영산강을 둘러보던 주민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황포돛배는 친환경적 수질개선과 뱃길복원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진 지난달 30일 영산강 현지에서 석민기자

낙동강과 영산강, 그리고 굴포천은 한반도 대운하사업이 무산되더라도 주민 요구에 의해 유역별 프로젝트로 전환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전문가들 사이에서 꼽히고 있다.

모두 일부 환경단체 등의 반대에 직면해 있지만 '수질 개선' '수량 확보' '재해 예방' '물류망 확충' '지역 개발' 등의 효과를 기대하는 지자체의 의지 역시 만만찮다는 것이다.

따라서 낙동강을 끼고 있는 우리 지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동의'와 '지지'이며, 이를 얻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영산강, "수질 개선이 핵심"=전남도와 나주시는 고려시대부터 1970년대까지 목포에서 나주 영산포까지 50여km를 운항했던 전통 황포돛배를 30여년 만에 최근 복원했다.

무료 시범운항을 거쳐 이달부터 유료로 전환된 황포돛배는 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영산강의 환경 및 뱃길 복원에 대한 '홍보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기 드라마 '주몽' 세트장이 있는 나주시 공산면 백사리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40여분간 영산강을 둘러보면, 뱃길 복원에 따른 문화·관광산업의 활성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썩어가는 강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도 저절로 든다. 1981년 완공된 영산강 방조제로 바다와 갈리면서 오염된 토사와 농축산 폐수가 강 바닥에 쌓여 빚어진 비극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발전연구원은 해수 유통과 함께 수질 개선의 대안으로 '영산강 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업비만 지자체로서는 엄두도 못 낼 무려 1조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을 '영산강 되살리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데 전남 지역사회의 뜻이 모인 배경에는 이 같은 사업비 부담이 숨어 있다.

나주시 김오재 문화관광과장은 "영산강 수질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면서 "수질 개선을 통해 옛 뱃길을 복원하고, 역사와 문화를 되찾는 것이 목표인 만큼, 반대여론은 미약한 편"이라고 말했다.

◆막바지 합의에 애쓰는 경인운하=인천 서구 경서동(서해)~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을 잇는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건설사업과 연계돼 검토되고 있다.

150만명이 사는 굴포천 유역은 40%가 해발 10m 이하 저지대로, 상습적인 침수 때문에 주민들이 고통을 받아 온 곳. 1991년 12월 종합치수사업 기본계획 수립 후 방수로 사업이 착공됐다. 1995년 3월 경인운하사업 기본계획이 마련됐으며, 2003년 9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경인운하사업 추진이 결정됐다.

현재 굴포천 방수로 사업구간 14.2km가 2011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어서, 잔여 구간 3.8km만 추가 건설하면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내륙주운(서울터미널 148만㎡, 인천터미널 108만㎡)이 가능하다.

경인운하 추진에 대해 환경단체 등에서 반대하자, 2005년 4월 사회적 합의를 위해 '굴포천유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구성돼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낙동강, '공감대'를 찾아라=영남권 5개 광역지자체장은 지난달 23일 낙동강 운하 조기건설을 위한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공동건의문에서는 낙동강 운하 건설의 필요성으로 ▷반복되는 홍수피해 예방 ▷만성적인 수량 부족 해소 ▷오염된 낙동강의 치수기능 회복 ▷생태계 복원 ▷뱃길 정비를 꼽았다. 지난 10년간 낙동강수계의 자연재해 피해액이 5조1천17억원에 이르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쏟아부은 재원만 12조4천억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덧붙였다.

그러나 낙동강은 오랜 옛날부터 자연의 물길을 따라 배가 다녔다. 뱃길을 새로 연다고 해도 수로 복원이나 정비라고 할 수 있지,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canal)가 되지는 않는다.

대운하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과 거부감이 상당히 높은 상태에서 낙동강 '운하'라는 지자체의 잘못된 용어 사용은 불신을 키운다는 지적이 많다. 하천 정비나 뱃길 되살리기라는 편법을 이용해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 계획을 강행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자체의 이 같은 모호한 태도는 특히 비판적인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기 위한 첫번째 단계가 바로 신뢰 회복"이라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낙동강 유역의 홍수 등 자연재해 해결과 부족한 수량 확보 및 오염원 제거, 파괴된 생태계 복원과 같이 대다수의 지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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