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물류마비 사태를 불러온 2008년 화물연대 파업은 포항의 철강업계와 부산의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 등 개별 사업자들과 화물연대 간 협상타결로 일단락됐지만, 전과 다름없는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수요(물량)와 공급(화물차 대수)의 불일치가 여전한 이상, 화주·운송사·주선업자 등 물량을 쥐고 우월한 지위에 있는 이들과 상대적 약자인 화물연대 간 마찰요인은 상존할 것이며 심하게 비틀어지면 다시 파업상황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단계 알선 등 낡은 관행이 지배하는 화물운송 시장을 바로잡지 못하면 고유가 행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번과 같은 생계형 파업의 재연 여지가 높아 정부와 화주 및 차주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인 물류시장 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어느 때보다 높다.
국토해양부와 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영업용 화물차는 모두 37만대가량. 이 중 19만대가량이 화물차 영업개시 형태가 면허제에서 등록제로 전환된 1999년 7월 1일 이후 늘어난 것이다. 그 사이 수송물량 증가는 최대 20% 남짓이라는 분석이 많은데, 차량 대수는 100% 이상 증가해 심각한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난 것.
결국 운송료는 뒷걸음질을 쳤고 견디다 못한 차주들은 2003년 이후 해걸이식 파업을 단행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시장을 방치해두면 반복 파업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체 운송회사 중 지입료 수입만으로 운영하는 업체와 연매출액 5억원 이하의 영세업체 비율이 각각 60%나 돼 다단계 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최근 화물연대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서 정식으로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운송사는 6천개가량인데 화물 주선사는 1만2천개였다. 운송사가 더 많아야 하는 게 상식인데 실제는 정반대 현상이고 그것도 2배나 된다. 게다가 사무실에 전화기 몇 대 달랑 놓고 영업하는 미등록 업체까지 합치면 전국의 실제 주선사는 2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돼 정상적인 시장기능 유지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현실이다.
정부는 지난 17일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까지 3천600대의 영업용 화물차 감차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모두 1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1천대, 내년 중 2천600대를 사들이겠다는 방침이다. 화물연대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있겠나"라며 일단 회의적인 반응이지만, 시장의 체질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화주와 운송사-창고업자 등 물류수송 관계자 간 연결을 비롯해 통관-선적-하역 등 물류수송 관련 모든 업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종합물류회사를 육성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다단계의 상당 부분은 근절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협상에서 정부와 화주 및 화물연대는 표준요율제에 대해서는 '내년 시범운영 및 법제화 추진'이라는 다소 모호한 형태의 합의를 했다. 그러나 '도입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가 동의한 만큼 확실한 시행을 위한 세칙 마련을 위해 지금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저임금제와 같은 표준요율제가 시행되면 경쟁력 없는 주선업자들의 시장 퇴출이 가능하고 다단계감축 효과 또한 커지기 때문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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