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는 대구경북 뜨는 부산경남…지역 홀대 현실로

'대구경북이 지고 부산경남이 뜬다.' 비서진 완전 개편을 단행한 청와대와 개원을 앞두고 있는 국회의 현주소다.

청와대는 대구경북이 주류였던 '창업 공신'들이 퇴조한 자리에 부산경남 인사 등 신주류들로 채워졌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곽승준 전 국정기획수석, 이주호 전 교육과학문화수석, 박영준 전 기획조정비서관이 날개 꺾인 지역의 대표주자다.

그 자리를 경남 함안 출신으로 당권 경쟁 중인 정몽준 의원과 가까운 정정길 대통령실장, 박재완 국정기획수석, 정동기 민정수석 등 부산경남이 꿰찼다. 박형준 전 의원도 23일 청와대에 입성, '신실세'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도 부산경남 천하다. 김형오 국회의장, 홍준표 원내대표가 그 핵이다.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도 조만간 부산경남이 접수할 것이 확실시된다. 박희태 전 의원, 정몽준 의원이 그들이다.

대구경북은 내분까지 겹치며 지리멸렬해 가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친박-친이 모두의 공격을 받으며 힘을 잃어가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정두언 의원 등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의 공세에 제한몸 추스르기도 힘겨운 상황이다.

창업공신인 박영준 전 비서관의 경질과 청와대 입성이 점쳐지던 정종복 전 의원과 권오을 전 의원의 진로를 막은 것이 이 전 부의장이라는 소문도 나돈다. 이 대통령과 자신에게 쏠리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방어막을 쳤다는 얘기로, 내분 성격이 짙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도 '열중 쉬어' 자세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바람에 대구경북만 피해를 입는다는 비판도 있다. 박 전 대표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저항하는 바람에 이 대통령이 TK 인재풀 활용을 꺼리도록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국정원 국세청 검찰청 경찰청 등 4대 권력기관장은 3명이 부산경남출신으로 사실상 권력의 핵심이다. 부산경남을 영남권으로 보는 타지역의 시각 때문에 대구경북이 덤으로 질시의 대상이 된 측면도 강하다.

이 대통령의 대구경북 멀리하기, 이 전 부의장의 칩거, 박 전 대표의 침묵, 강 대표의 퇴진에 따른 대구경북의 위상 추락은 전방위적이고, 장기화될 우려까지 나오고 있으나 이 흐름을 반전시킬 수 있는 세력도, 복안도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대구 출신 한 중진의원은 "대구·경북의 미래가 은근히 걱정된다"며 "실용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서로 돕고 키우고 지켜주는 모습이 긴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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