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우화에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다. 두루미가 여우의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납작한 접시 때문에 두루미는 음식을 먹지 못했다. 또 여우가 두루미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엔 음식이 길쭉한 병에 담겨 여우는 음식에 손을 대지 못했다. 여우와 두루미는 이 같은 소통의 부재로 서로가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만다. 만약 여러분이 여우나 두루미라면 어떻게 말하거나 행동하고 싶은가.
상당수 아이들은 이 질문을 받으면 '여우와 두루미가 좀 더 사이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단편적이고 윤리적인 답을 한다. 이때 좀 더 구체적으로 자신이 직접 여우나 두루미가 돼 즉흥극을 하게 하거나 생각해보도록 하면 훨씬 창의적인 대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내가 여우라면 두루미와 같은 부리가 있는 친구를 초대할 때를 대비해 입구가 좁고 긴 그릇을 미리 집에다 몇 개 사다 놓겠다는 친구가 있을 것이다. 또 자신이 여우라면 두루미에게 미리 전화를 해서 자기 집에는 길쭉한 그릇이 없고 납작한 그릇만 있으니 올 때 평소에 집에서 사용하던 길쭉한 그릇을 좀 가지고 와주면 고맙겠다고 전화를 하겠다는 친구도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일반적인 생각의 범주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과 그 인물이 돼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슬기롭게 해결해보려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해본다는 것은 일반적인 답 대신에 해결 가능한 대안을 최대한 많이 산출해 내고 그것들 중에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선택해 적용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녀들의 과제 집착력을 높여주고 다양한 아이디어 산출 및 결과물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얼마 전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가족 달빛 독서교실'이란 행사를 통해 학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등교하고 밤늦도록 독서를 하면서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만화로 된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은가'라는 주제로 가족들이 찬·반으로 나눠 토론을 했다. 학부모들은 자녀와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깊이 있는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매우 의미 있었다는 반응들이었다.
자신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주는 상대가 있을 때 자녀들은 신나고 자유롭게 말하게 되고 더 열심히 생각하게 된다. 혹 자녀들이 제안하는 이야기에 다소 논리적 허점이 있거나 방법상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즉각적인 답보다는 자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좋은 질문들을 던져주는 것이 자녀들의 창의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숙제 했니" "학원 갔다 왔니"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라는 검사 확인형 질문보다는 "그런데 다른 해결 방법은 없을까" "넌 왜 그렇게 생각했니"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와 같은 확산적이고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질문이 사고력을 높이는 데 좋은 질문들이다.
이번 주말엔 가족들이 한 권의 책을 함께 돌려 읽고 서로의 소감을 이야기해 보자. 내가 책 속 주인공이라면 어떤 다른 방법으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을지, 책 속의 여러 인물들이 한 행동에 대해 의견이 어떤지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최금희(대구 학남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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