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뉴스를 보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란 말이 자주 들린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즉, 인플레이션은 경기가 과열되는 국면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반면에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는 둔화되고 물가만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경제에서는 제1차 원유파동(1973∼1974년)과 제2차 원유파동(1979∼1980년)을 거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이해하려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원인을 먼저 알아야 된다. 하나의 원인은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에 발생한다. 가계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초과 수요가 발생해 물가를 상승시킨다. 이렇게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수요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또 하나는 비용 상승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경우이다. 곡물과 원유가격이 오르면 가격부담으로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의 생산량이 줄어든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단계에 해당한다. 비용상승에 따라 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고용이 감소해 실업률이 높아진다. 이어 국민소득도 낮아져 경기가 침체돼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얼마나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되어야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은 없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책당국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심화될 때 인위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국가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인하 정책을 선택하고 있지만 금리 인하의 부작용도 역시 크다. 경기가 둔화됨은 물론,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 되므로 시중의 현금이 주식시장이나 은행의 예금상품에서 원자재 시장으로 이동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소비자는 소비를 줄이므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예로 미국과 호주의 경우를 보자. 지난해 9월 이후 경제성장률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 정책 당국이 금리를 여러차례 인하하는 방법으로 경기회복을 도모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고 원자재 가격만 상승시켰다. 반면에 호주는 광물 산업과 농업 비중이 높은 관계로 국제 원자재 가격과 곡물가격 급등으로 경기가 호황을 보이면서 물가가 상승하자, 미국과 달리 정책 당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정책을 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리나라 5월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109.7로 지난해 같은 달(104.6)보다 약 4.9% 상승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 안정목표 범위의 상한선(3.5%)을 넘어선 것이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자재, 유가, 서비스가격, 상품값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임금인상 요구가 거세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연스럽게 굳어져 버릴 수가 있다. 이럴 경우 한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내수부진→저성장'의 악순환이 계속될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상만(대구은행 황금PB센터 PB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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