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택숙(46·여)씨는 대구 수성경찰서 정보보안과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남편(48·이름 밝히기를 꺼림)도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부모 모두 경찰관이라면 보통 '자녀 교육에 그렇게 많은 신경을 쓸 수 없을 것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큰 아들 차승철(19)군은 올해 초 당당히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에 합격했다. 더욱이 4년 내내 이공계 전면 장학금을 받기까지 하면서.
맞벌이가 가장 힘든 점은 아무래도 자녀 보육이다. 권씨 부부도 마찬가지. "평일엔 보통 오후 7시가 넘어서야 퇴근하죠. 거기다 비상근무다, 야간근무다 해서 밤 늦게 집을 나서는 경우도 많았어요. 아들 운동회도 못 갈 정도로 정신없었죠." 그렇다 보니 자녀 보육은 동네 또래 엄마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다. 평소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것.
"평소에 같이 못 놀아준다는 미안함 때문에 주말이나 공휴일엔 웬만하면 같이 있으면서 가까운 도서관이나 박물관, 공원 등에 자주 갔죠. 주말엔 아이 손을 잡고 외출하느라 거의 집에 있는 시간이 없었죠."
권씨 부부는 승철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보다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항상 퇴근해 집에 오면 같은 반 친구나 동네 친구들이 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승철군은 친구들이 좋아 학교 가는 걸 즐거워했다. "항상 놀면서 공부하라고 했어요.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전혀 안 줬죠. 대신 궁금해하는 것이 있으면 자세하게 가르쳐줬고 부모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바른 됨됨이가 되도록 엄하게 교육시켰어요. 그래서 소록도나 노인복지회관 등에 봉사활동도 많이 다니게 했어요."
승철군은 운동을 무척 좋아해 검도, 합기도, 태권도 등 여러 종목을 배웠다. 그렇게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고 운동에도 흥미를 가져 주위엔 늘 친구들이 따랐고 리더십이 강했다. 덕분에 고3 때는 경신고 학생회장에도 뽑혔다.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한 것 같아요. 남편이나 저나 대학원 준비 등으로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많이 하다 보니 그 모습을 배웠던 모양이에요. 집에서 남편과 아이가 같이 공부한 적도 많았죠." 승철군은 집중력이 뛰어났다. 또 한 번 마음 먹은 것은 꼭 해냈다. 그런 '독한 면'이 있어 중학교 때부터 전교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권씨는 맞벌이가 오히려 자녀 교육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맞벌이로 인해 아이의 자립심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 "부모가 있어도 라면을 끓이거나 방 청소를 하거나, 빨래 등을 혼자 하더라고요. 도와주려고 해도 싫다면서요."
그는 항상 자식을 믿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는 깨끗한 도화지인데 어른들이 색칠해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이의 의향대로, 꿈대로 하도록 지켜봐줬죠. 남편과 저는 내심 의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공학계열로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조금 못마땅했지만 본인이 원하는 것이라 존중해줬죠."
글·사진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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