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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아파트 현장 '도심 흉물' 방치

▲ 부지 매입 후 철거까지 끝냈지만 인허가 문제로 방치되고 있는 중구 남산동 주상복합 아파트 현장. 매일신문 자료사진
▲ 부지 매입 후 철거까지 끝냈지만 인허가 문제로 방치되고 있는 중구 남산동 주상복합 아파트 현장. 매일신문 자료사진

'이 곳을 어떡하지요.'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사업이 중단된 아파트 현장이 증가하면서 '도심 흉물'이 되고 있다.

분양 이후 계약률이 바닥을 치면서 사업을 덮거나 토지 매입 후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방치되는 현장이 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철거 작업 중 사업 중단으로 민원 대상까지 되고 있는 것.

시공사 관계자들은 "지역 건설 시장의 체감지수를 대변하는 사업 중단 현장 중에는 상당수가 수익성 악화로 인해 사업 재개 시기가 불투명하다"며 "시공사 부도 등으로 공사 중단 현장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던 IMF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뒤 문닫는 현장

지난 2006년 3월 분양에 들어간 수성구 파동의 A아파트 단지. 370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초기 계약률이 10여건 정도에 그치면서 사업을 사실상 중단됐다.

계약자 없이 공사를 진행하면 수백억원의 공사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해야하는데다 이자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탓이다. 철거를 끝내고 펜스까지 채놓은 상태에서 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된 이 단지는 재분양을 추진중에 있지만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뚜렷한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달서구 월배의 B현장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준공 목표없이 '깜깜이 분양'을 한 사례. 2006년에 부지를 매입했지만 사업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지난해 12월 모델하우스도 없이 분양 승인만 받은 뒤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준공업 지역을 주거 지역으로 전환해 지난 2005년부터 아파트 분양에 들어간 월배 신도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입주가 시작되면서 아파트 단지 사이에 사업 중단 현장이 곳곳에 놓여져 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1만6천가구를 분양했지만 아직 8천가구 정도 분양 물량이 남아 있다"며 "문제는 남은 단지 분양 시기가 불투명한데다 사업 지구 전체를 철거한 뒤 기반 시설을 갖추고 분양한 공공 택지 지구가 아닌 탓에 사업 예정지 곳곳에 사업 예정 부지가 산재해 있어 주거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 대구 지역에서 분양을 시작한 뒤 사실상 공사가 중단된 현장은 줄잡아 5, 6곳을 넘고 있다.

모두 계약률이 바닥을 친 탓에 아예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거나 자금 조달을 위해 공기를 연장하는 편법을 동원하면서 공사장 망치 소리가 끊어진 곳으로 업계에서는 올해내에 공사가 재개되는 현장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양이라도 해봤으면

중구 남산동 C단지. 시행사에서 2005년도에 1만6천㎡ 부지 매입을 끝내고 교통영향 평가까지 끝낸 뒤 지난해 건축 심의를 마쳤지만 대구시에서 '사업 필증' 교부를 거부해 사업이 중단됐다. 단지내에 1만2천㎡ 규모의 할인 매장을 넣는 조건으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12월 시에서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설 할인매장 허가는 어렵다'는 시 방침을 이유로 필증 교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 현재 이 단지는 철거 진행 중 예산 부족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민원이 제기되고 있으며 시행사측은 임시 방편으로 매일 현장에 물을 뿌리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처음부터 시에서 방침을 정했으며 아예 사업을 추진하지도 않았으며 지금 분양을 해도 적자 사업이 불가피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장 침체에 행정 규제까지 더해져 사업이 중단됨 셈이다.

북구 침산동의 D 단지도 2005년에 2만3천㎡의 부지를 매입한 뒤 3년째 사업이 중단돼 있다. 북구 지역 최고가로 주상복합 아파트 5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었지만 '수익성이 불투명'해지면서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채 사업 일정이 무기 연기되고 있는 것.

이처럼 인·허가를 진행하다 사업이 중단된 아파트 단지는 대구에서 줄잡아 20여 곳을 넘고 있으며 대다수가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 미관을 헤치는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문제는 뚜렷한 해결 방법이 없다는 점.

건설사들이 대구 지역 신규 사업 수주를 기피하는데다 지난해 정부에서 민간 시행사가 확보한 택지에 대해 주공이나 토공 등 공기업과 함께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는 '민·관 공동 사업'을 도입했지만 두 기관의 의지 부족으로 실효성이 전무한 탓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미분양 아파트는 정부 차원에서 매입하거나 민간 펀드까지 등장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사업 중단 현장은 안전 사고 예방을 위한 현장 관리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며 "지방 미분양 뿐 아니라 사업 중단 현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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