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물파업 되풀이 안하려면] (하)다단계를 줄여라

자기차 없는 운송사 정리를

"파업을 안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건 간단합니다. 지입차주들에게 적정한 운임이 보장되면 힘들여 파업할 필요 없잖아요."

화물연대 비조합원이면서도 지난 12일부터 19일까지 운송거부에 참여했던 트레일러 차주 윤모(44·울산시 무거동)씨는 "한단계가 되든 열단계가 되든 차주이자 기사인 우리들에게 얼마가 돌아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이번에 운송료가 많이 올랐다고 하지만 내 손에 쥘 수 있는 운임이 얼마인가에 따라 파업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화물연대 조합원 김모(45·포항시 대도동)씨는 "물류관련 업무 전체를 한개 기업체가 도맡아 처리하는 종합물류회사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본지 23일자 7면 참조)인데, 당장 종합물류회사 설립과 양성이 어렵다면 기존 운송사의 대형화라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운송' '운수' 등의 간판을 단, 주선사에 가까우면서도 운송사 형태로 운영하는 영세업체들이 난립하면서 불법 다단계가 성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운송사를 하려면 전체 보유 차량 가운데 적어도 절반 이상은 지입차가 아닌, 직접 매입한 자기차량을 보유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면 다단계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윤씨와 김씨의 말을 종합하면 이렇다. 파업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입차주들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중간에서 조금씩 돈을 떼가는 주선업자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운송사가 자차보유 비율을 높여 수탁화물 가운데 직접 처리하지 못해 하청주는 물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

화물연대에 따르면 국내 운송사의 70%가량은 자기 차가 단 한대도 없이 지입차를 받아 사실상 노란색 번호판만 관리하는 '껍데기 회사'다. 현재 메이저급으로 분류되는 일부 대형 운송사들의 경우 예전에는 자사 차량 보유 대수가 많았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차량을 대부분 월급 기사로 일하던 자사 직원들에게 분양해준 뒤 이를 다시 지입차로 받아들여 출혈 없이 위기를 넘기고 채산성도 맞추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올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트레일러 차주 권모(44·부산 강서구)씨는 "화주가 운송사와 계약을 할 때는 물량의 절반 이상은 직접 처리할 수 있는 차량을 보유한 업체와 하도록 강제해 다단계 시장으로 풀릴 화물량을 근본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물류시장을 흐리게 하는 대기업 물류자회사의 경우 100% 자사보유 차량만 운영토록 해 지입차주 숫자를 줄이는 것이 다단계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지입차주들의 주장의 핵심은 "다단계를 줄여 물류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에 모인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화물연대는 파업돌입 이전 정부에 대해 "화주와의 협상도 주선하고 표준요율제 조기도입을 위해 힘써 달라"며 애원도 하고 읍소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당장의 협상 당사자는 운송사"라며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를 꺼리다가 파업상황을 더 키웠다는 비난을 여러차례 받았다.

화물연대 포항지부 관계자는 지난 20일 협상이 타결된 직후 "결국 막바지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니까 문제가 빠른 속도로 풀리지 않았느냐"며 "물류수송과 관련해 정부는 참관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당사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경유 보조금 지급 같은 일시적 미봉책으로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려 하기보다는 영업용 화물차에 대해서는 법으로 유류세를 감면해주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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