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로2008] 터키 '잇몸'으로 '전차군단' 녹일까

경고누적·부상 전력 손실…독일 '고공 폭격' 넘을지 관심

정상의 8부 능선에서 휴식을 취했던 강호들이 결전의 채비를 위해 일어섰다. '전차 군단' 독일과 '불굴의 전사' 터키, '무적 함대' 스페인과 파죽지세의 러시아가 4강 길목에서 만난다. 26일 오전 3시45분 스위스 바젤의 세인트 야콥파크에서 먼저 열리는 2008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8) 준결승전에서 독일과 터키는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을 벌인다.

조별 리그에서 부진한 경기를 벌이기도 했던 독일은 뛰어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힘과 높이에서 우위를 갖춰 안정성이 뛰어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그에 비해 터키는 촛불이 꺼질 듯 위태로왔던 경기들을 극적으로 되살리며 4강에 오르는 과정에서 주전 선수들의 경고 누적과 부상으로 전력 손실이 커 열세가 예상되고 있다.

독일과 터키의 축구 대결은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배경을 담고 있다. 독일은 스위스와 함께 '3D 업종'의 노동력을 얻기 위해 터키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인 국가. 과거 터키계 독일 국가대표였던 메메트 숄과 현재 터키계 스위스 대표인 하칸 야킨은 모두 터키 이민 가정 출신이다. 독일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터키 국가대표 하밋 알틴톱에 대한 독일내 터키 이민자들의 성원도 매우 뜨겁다. 터키가 축구 대표 평가전을 종종 독일에서 갖는 이유도 독일 내에 터키 이민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내심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터키인들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이 독일 현지의 분위기이다. 독일에 사는 터키인들은 보이지 않는 불신의 벽 속에서 서러움을 받는 셈인데 독일과 터키의 대결은 그런 배경을 갖고 있어 더욱 흥미를 모은다.

독일은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잠재운 데서 나타났듯이 미하엘 발락,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등 강력한 미드필드진과 미로슬라프 클로제 등의 날카로운 고공 공격으로 승리를 노린다.

터키는 독일전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스트라이커 니하트 카베시가 8강전에서 부상을 입어 전력에서 이탈한 데다 툰카이 산리, 아르다 투란, 엠레 아식 등이 경고 누적으로 독일전에 출장할 수 없다. 독일의 고공 폭격을 막을 수 있는 장신 수비수 세르벳 세틴 역시 부상으로 독일전 출전이 불투명하다. 크로아티아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세미 센투르크와 알틴톱 등 출전 가능한 인원이 14명 밖에 되지 않아 이없이 잇몸으로 싸워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창의적인 공격으로 드라마같은 경기를 펼쳐온 터키는 악조건 속에서 다시 드라마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27일 오전 3시45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에른스트 하펠 슈타디온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러시아의 대결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이 러시아를 4대1로 크게 이겼지만 이제 그같은 승부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웨덴과 네덜란드를 집으로 보낸 러시아는 두려워할 팀이 없어졌으며 스페인도 이같은 러시아를 경계하고 있다. 러시아는 수비수 데니스 콜로딘과 미드필더 드미트리 토르빈스키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게 돼 전력에 차질이 생겼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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