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시의회 부끄러운 자화상

대구시의회가 7월부터 후반기 2년을 이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뽑기 위해 분주하다. 시의원 29명 중 무려 20명 이상이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 선거에 출마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시민들을 위해 앞장서 열심히 하겠다는 것인데 보기 좋지 않으냐는 것.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선거과열에 따른 이전투구의 모습은 여전하다.

최근 의장 선거에 나선 한 시의원은 일부 언론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보도 내용은 개발지역 땅을 특정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여 큰 시세차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땅 투기 의혹 제기 기사였다. 그의 땅 투기 의혹 보도가 몇차례 나가자 시의회에는 내부 고발자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시의원이 땅 투기를 했다면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왜 하필 의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연속 보도가 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문의 주인공으로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특정 인사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땅투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더구나 의장단 선거 시점에 언론 보도가 나오는 것은 의도적이다. 결국 시의원들이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밖에 더 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시의원들에게 표를 준 시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이렇게 선거가 과열되면 선거가 끝난 뒤 후유증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상임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선거 레이스 중단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나이와 선수(選數)로 상임위원장을 줄 세워선 안 되며 전문성이 상임위원장 선출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선거 분위기는 딴판이었다. 선수가 많은 한 의원이 그에게 "그쪽은 나이가 젊어 기회가 많으니 이번에는 나이가 많은 나에게 양보하라"고 했다고 한다.

오는 30일 의장과 두명의 부의장이 선출되고, 다음날엔 5명의 상임위원장 재목을 뽑는다. 하지만 그 재목들이 전문성과 능력보다는 양보와 회유, 줄 세우기로 등장한 인사라면 2년의 시의회상은 밝아보이지 않을 것 같다. 시의원들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지 말고 선의의 경쟁과 자신의 능력을 동료 의원들에게 인정받는 방식으로 선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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