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성질환자 처방전, 보호자가 대신 수령 가능해진다

내년 의료법 개정…복지부 입법예고

#김말순(가명·70·여)씨는 매달 한번씩 노구를 이끌고 병원에 간다. 당뇨약을 타기 위해서다. 나이가 많은데다 관절염을 앓는 등 몸이 성치 않아 거동이 힘들지만 약 처방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다. 사실 병원에 가도 진찰이나 치료 등 별다른 치료도 없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의사 얼굴 한번 보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타 오는 게 전부다. 약 한번 타 오면 몸살이 날 정도지만 본인만이 처방전을 받을 수 있어 아들이 대신 갈 수도 없다.

#지난달 치과에서 임플란트 수술을 한 이정수(가명·42)씨는 아직까지 분한 마음을 삭히지 못하고 있다. 수술비용으로 200만원 넘게 줬는데 얼마 전 친구로부터 이보다 수십만원 더 싸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 이씨는 "이곳저곳 알아보고 치과를 선택했는데도 몇만원도 아니고 몇십만원이나 더 비싸게 줬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했다"며 "재료비와 실력이 비슷하다면 조금이라도 더 싼 곳을 찾고 싶은 게 환자의 마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내년부터 거동이 힘든 만성질환자의 경우 보호자가 대신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등 의료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감에 따라 환자의 처방전 대리 수령 근거가 마련될 전망이다.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편의를 위해 의사 및 치과의사가 자신의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환자 보호자에게도 처방전을 내줄 수 있게 했다.

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용도 진료 전에 미리 알 수 있게 된다.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강화하고 진료비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현재는 시도나 구군에 신고만 하면 공개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그래서 진료 상담을 받은 뒤나 진료비 청구서를 받아든 뒤에야 비용을 알 수 있는 형편이다. 앞으로는 대학병원을 비롯해 중소병원, 의원들은 병·의원 홈페이지나 대기·접수실 등에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목록과 비용을 게시해야 한다.

의료기관 명칭도 클리닉 등 외국어 병행, 허리 등 신체부위, 질병명을 일부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종합병원 개설 기준도 현행 100병상에서 300병상 이상으로 강화된다.

제약회사가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건강보험 약값을 깎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제약회사가 의사나 병원에 골프접대, 해외 학회 참석 경비 제공, 위장 기부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되면 부당이득 환수 및 해당 제약회사의 건강보험 약값을 삭감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 일부 개정안'을 시행한다. 제약회사 매출액의 20% 정도가 리베이트로 사용되고, 이 때문에 소비자에게 연간 2조1천800억원이 전가된다는 일부의 조사결과도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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