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논란을 몰고 왔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빗장'이 마침내 풀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규정한 정부 고시가 26일 관보에 게재되는 동시에 효력이 발생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뼛조각' 발견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이 8개월여만에 재개, 일부 광우병 위험부위를 제외한 상당 부분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추가협상 합의에 따라 광우병 위험이 크다고 분류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들어올 수 없지만, 몇년전까지 국내에서 선풍적 인기를끌었던 LA갈비를 비롯해 내장·우족·꼬리뼈 등도 2003년 12월 이후 4년6개월 만에 수입이 허용된다.
지난해 수입됐다가 국내 항구와 검역 창고 등에 쌓여있는 미국산 쇠고기 5천300여t도 곧 검역이 재개돼 다음달 초엔 시장으로 풀릴 전망이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무도 미국산 쇠고기를 집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국내 육류시장은 어떻게 재편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라 장바구니 고기값은 어떻게 변할까?
◆미국산 쇠고기 곧 상륙
고시에 따르면 수입이 가능한 미국산 쇠고기는 종전 '30개월 미만, 살코기'에서 '미국 연방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이를 활용해 생산된 제품'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부칙 7항에 '한국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미 농무성이 운영하는 30개월 미만 연령검증 품질체계평가 프로그램(일명 한국 QSA)에 참여하는 작업장에서 생산된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에 한해 수입을 허용한다'는 내용이 덧붙어 당분간 '30개월' 월령 제한은 유지된다.
특정위험물질(SRM)과 모든 기계적 회수육(MRM), 기계적 분리육(MSM), 도축 당시 30개월 이상된 소 머리뼈와 등뼈에서 생산된 회수육은 수입될 수 없다. SRM은 용어 정의 부분에서 30개월 미만 소의 편도와 소장끝, 30개월 이상 소의 편도 소장끝 뇌 눈 척수 머리뼈 척주(등뼈) 등으로 규정됐다.
그러나 이 같은 수입금지 품목의 범위도 추가 협상 내용을 반영, '머리뼈·뇌·눈·척수 등이 발견되면 해당 물량을 반송한다'는 부칙 8조를 통해 확대됐다.
고시 발효와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검역이 재개되면 지난해 10월 이후 수도권 검역창고와 부산항 컨테이너야적장(CY) 등에 발이 묶여 있는 뼈없는 살코기 5천300t의 주인, 즉 수입업체들은 일제히 검역을 신청, 사나흘 뒤인 다음주 중 시중에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행 수출 검역까지 마쳤으나 검역 및 선적 중단 이후 지금까지 롱비치항구 창고 등에 대기하고 있는 약 7천t의 뼈없는 살코기 역시 고시 발효와 함께 검역이 재개되면 한국으로 들어온다.
대기 물량이 아닌, 새 수입조건에 따라 미국 작업장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다음달 하순쯤에야 우리땅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말이면 2003년 12월 이후 4년 6개월만에 미국산 LA갈비 등이 들어오는 것이다.
◆장바구니 물가는 어떻게?
유통업체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4년여전처럼 '폭발적 시장점유율'을 누리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시엔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나라 쇠고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점유하며 주부들의 장바구니를 채웠으나 '광우병 우려'에 따라 종전과 같은 인기는 없을 전망이라는 것.
이에 따라 한우 가격은 많이 내려도 5% 안쪽의 소폭 하락에 그치고 호주산 쇠고기도 한우보다는 하락폭이 크겠지만 가격이 크게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쇠고기 대체재인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의 폭등세를 벗어나 현재보다 15% 이상 값이 내릴 것으로 추측됐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롯데마트 등 일부 대형소매점이 미국산 쇠고기를 팔았지만 올해는 미국산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워낙 거세 대형소매점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사실상 입점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면서 육류시장에 큰 가격변동은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고 유통업계는 관측했다.
동아백화점 박병구 축산팀장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이 될 것"이라며 "원산지 표시 단속이 강화되면서 최근 며칠간 음식점을 중심으로 '한우를 구해달라'는 요구가 많이 들어오는 등 오히려 한우 소비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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